도입부
김남천(1911~1953)은 한국의 소설가다.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9년 일본 호세이대학 재학 중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1930년대의 대표적 사회주의리얼리즘 소설가이자 평론가다. 1931년 카프의 제2차 방향전환을 주도했으며, 카프 해산 후 리얼리즘론을 전개하는 한편, <처를 때리고>(1937)와 같은 자기고발 소설들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대하≫(1939)와 단편소설 <맥>(1941), <경영>(1940) 등이 있다.
생애
김남천(본명 김효식)은 1911년 3월 평안남도 성천군 성천명 하부리에서 출생했다. 김남천의 유년시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1926년 평양고등보통학교에서 수학했고, 한재덕 등과 함께 동인잡지 ≪월역(月域)≫의 발간에 참여했다. 이 시기 동서양의 여러 작품을 섭렵하고 10여 편의 작품을 썼다. 1929년 평양고보를 졸업, 동경으로 건너가 호세이 대학 예과에 입학했다. 카프에 가입할 것을 권유 받았고, 이즈음 임화를 만나 카프 동경지구가 발행한 기관지 ≪무산자≫에 발간에 참여했다. 이후 카프 개혁과 신간회 해소를 주장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1931년 김남천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대학 내에서 좌익 활동을 하다가 제적당한 후, 조선으로 귀국하여 카프의 2차 방향전환에 참여했다. 같은 해 10월 카프 제1차 검거 사건에 휘말렸다. 1933년 병보석으로 출옥한 후 감옥 체험을 바탕으로 단편소설 <물!>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문학적 실천에서의 계급적 주체의 문제로 임화와 논쟁을 했다. 1935년 임화, 김기진과 함께 카프 해산계를 제출한 후, 소설 창작 및 평론 활동에 매진했다. 1937년 모럴론, 고발문학론 등의 창작방법론을 발표하며 <남매>, <처를 때리고>, <제퇴선> 등의 자기 고발적 작품을 썼다. 1939년 장편소설 ≪사랑의 수족관≫을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장편소설 ≪대하≫와 창작집 ≪소년행≫을 출간했다. 1940년에는 <경영>, <낭비>, <맥>을 연달아 발표했고 이후 작품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1945년 해방 후 임화와 함께 <조선문학건설본부>를 설립, 이어서 <조선문학가동맹>의 서기장을 역임했다. 희곡 <3·1운동>을 발표했다. 1947년 남로당 계열의 문인들과 함께 월북, <남조선인민대표자회의>에서 최고인민대표위원으로 선출되었다. 1951년 한국전쟁 중 <꿀>을 발표하여 숙청의 빌미를 제공했다. 1953년 임화와 함께 숙청당했다고 전해진다(사망 시기는 불분명. 1953년 혹은 1955년 사형설과 1977년까지 생존설이 있음).
작품세계
김남천의 작품들은 작품 그 자체보다 그가 주장하는 창작방법론과 결부되어 평가를 받았다. 카프 해산 이후 그가 주장한 모럴론, 고발문학론과 같은 창작방법론은 이론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소설 창작이라는 실천의 영역으로 이어갔다. 특히, <물 논쟁>에서 작가 자신을 소시민 지식인으로 규정한 김남천은 어떠한 방식으로 소시민 지식인이 노동계급의 세계관을 획득할 수 있는가를 사유의 중심에 놓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어떻게 현실에 맞는 이론으로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소시민 작가의 자기고발에서 시작, 관찰문학론에 이르는 창작방법론의 변화는 이러한 모색의 과정이었다.
카프 해산 이전의 김남천은 임화와 더불어 김기진의 프로문학의 대중화론을 비판, 극좌적 태도를 보였다. 이 시기 그가 발표한 <공장신문>(1931)은 공장의 직공인 ‘관수’가 ‘공장신문’을 통해 주체적인 노동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합과의 협상으로 처우개선을 약속했던 공장 측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만이 쌓여가던 중 노동자들의 ‘벤또’에서 공장신문 1호가 발견된다. 타락한 조합 간부를 고발하는 신문의 내용에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관수는 새로운 지도부의 준비위원으로 선출된다.
김남천 자신의 수감 체험을 그려낸 작품 <물!>(1933)은 임화와의 논쟁(물 논쟁)으로 유명하다. 더운 여름날, 부채조차 부치기 어려운 작은 감방에서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간수에게 물을 더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들은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 이윽고 간수가 수돗물을 떠오자 ‘나’는 물소리를 폭포수 소리처럼 느끼며 물을 마신다. 그러나 설사에 걸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똥통에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린다. 계급문학운동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 시기에 「물!」을 둘러싼 논쟁은 계급문학의 이념과 실천에 관한 관점의 충돌과 갈등을 야기하였다.
카프 해산 이후 김남천은 고발문학론으로 기울어졌다. <남매>(1937), <처를 때리고>(1937), <춤추는 남편>(1937) 등 일련의 작품은 지식인의 실천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자기고발을 통한 문학의 실천을 보여준다.
<처를 때리고>는 감옥에 다녀온 전직 사회주의자 차남수의 이야기다. 남수는 친구들과 함께 출판 사업을 준비하던 중 자신의 아내가 그들 중 한 명인 김준호와 산책을 하고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남수는 함께 사업을 해야 할 준호를 탓하지 못하고, 아내와 싸움을 벌인다. 그 싸움 중 아내가 남수의 허위를 낱낱이 밝혀낸다. 이후 준호는 남수의 집에 들러 취업이 되었으니 사업을 함께 하지 못 하겠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속물근성, 아내를 때리는 폭력성, 친구와의 거짓관계 등 지식인의 허위를 스스로 고발하듯이 밝힘으로써 김남천이 주장하던 고발문학론의 실천으로 평가된다.
한편, 김남천의 장편소설인 ≪대하≫(1939)는 가족사 연대기 소설의 형태를 갖는다.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여 5대에 걸친 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1장에서 아전으로 돈을 모은 1대 할아버지, 재산을 탕진한 2대 박순일의 이야기를 끝내고, 2장부터 청일전쟁에서 이익을 얻어 쇠퇴한 가문을 일으킨 3대 박성권과 그의 네 아들(형준, 형선, 형식, 형걸), 그리고 손자인 성권의 관계를 다룬다. 이 작품은 사회질서의 변천 과정을 총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관계와 변동을 면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구성이나 인물의 성격 형상화의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남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중편소설 ≪맥≫(1940)은 전작인 <경영>(1940), <낭비>(1940)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인 최무경이 사회주의 운동 혐의로 복역 중인 약혼자 오시형의 옥바라지를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출감한 오시형은 그녀의 기대와 달리 점차 최무경에게서 멀어졌고, 그녀 또한 자신을 위한 생활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오시형의 전향과 최무경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아래에서 김남천 자신이 겪은 전향에 대한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예술성과 통속성이 혼탁되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와 한국문학에서 ‘유일하게 사상 문제를 다룬 전향소설의 최고봉’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1)
주요 작품
1) 소설집
≪소년행≫, 학예사, 1939
≪맥≫, 을유문화사, 1947
2) 장편소설
≪대하≫, 인문사, 1939
≪사랑의 수족관≫, 인문사, 1940(평범사, 1949)
≪대하≫, 백양당, 1947
3) 희곡
≪삼일운동≫(희곡), 아문각, 1947
4) 전집
≪김남천 전집≫ 1-2, 박이정, 2000
참고 문헌
1) 정호웅, ≪그들의 문학과 생애, 김남천≫, 한길사, 2008
Introduction
Kim Namcheon (1911~1953) was a Korean novelist. He graduated from Pyongyang High School. In 1929, while studying at Hosei University in Japan, he joined 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KAPF), and went on to become a leading novelist and literary critic of social realism in the 1930s. He played a key role in the second transformation of KAPF in 1931. After the dissolution of KAPF, he introduced the theory of realism, and published self-accusatory works such as “Cheoreul ttaerigo” (처를 때리고 After Beating My Wife) (1937). His most representative works include the novel Daeha (대하 Scenes from the Enlightenment) (1939) and short stories “Maek” (맥 Pulse) (1941), and “Gyeongyeong” (경영 Management) (1940).
Life
Kim Namcheon (birth name: Kim Hyosik) was born in March 1911 in Seongcheon-gun, South Pyongan Province. Little is known about his childhood. He entered Pyongyang High School in 1926, and published the literary magazine Wolyeok together with Han Jaedeok. During this time, he read works from the East and the West, and wrote some ten stories. After graduating from Pyongyang High School in 1929, he went to Tokyo, Japan to study at Hosei University. It was around this time that he was advised to join KAPF. Together with Im Hwa, he worked on Musanja, a journal published by the Tokyo branch of KAPF. He actively called for reform of KAPF and dissolution of Singanhoe or New Trunk
Association. In 1931, he gave himself the penname Kim Namcheon. After getting expelled from university for his left-wing activities, he returned to Korea and participated in the second transition of KAPF. In October of the same year, he got swept up in the first round of arrests of KAPF. In 1933, he was released on sick bail, and published a short story titled “Mul!” (물! Water!) based on his own prison experience, which then gave rise to a discussion between him and Im Hwa over the question of class subjectivity within literary practice. After the dissolution of KAPF in 1935, he devoted himself to writing novels and literary criticism. In 1937, he created a series of creative theories—such as ‘literature of morality’ and ‘literature of accusation’—followed by the publication of self-accusatory works including “Nammae” (남매 Brother and Sister) and “Cheoreul ttaerigo” (처를 때리고 After Beating My Wife). In 1939, he serially published the novel Sarangui sujokgwan (사랑의 수족관 The Aquarium of Love), alongside the publication of Daeha (대하 Scenes from the Enlightenment) and Sonyeonhaeng (소년행). After the publication of “Maek” (맥 Pulse), “Nangbi” (낭비 Waste), and “Gyeongyeong” (경영 Management) in 1940, his literary activities decreased dramatically.
After liberation in 1945, he founded the Joseon Literature Construction Center with Im Hwa, and then served as the Secretary General of the Joseon Literary Union. In 1947, he defected to North Korea with writers who sided with the Workers’ Party of South Korea. Published in 1951, during the Korean War, his short story “Kkul” (꿀 Honey) provided an apt excuse for purging him. It is said that he was purged along with Im Hwa in 1953, but the date of his death remains unclear (he may have been executed in 1953 or 1955, or may have even survived until 1977).
Writing
The writing of Kim Namcheon is often evaluated against his own creative theories such as ‘literature of morality’ and ‘literature of accusation’ that he proposed after the dissolution of KAPF and put into practice in his own writing. In particular, Kim defined himself as a petit bourgeois intellectual, and focused on how petit bourgeois intellectuals could embrace the working-class worldview. Based on this, he considered how to construct social realism as a theory that could operate in reality. This process is reflected in the changes in his creative theories—from petit bourgeois self-accusations to ‘literature of observation’.
Prior to the dissolution of KAPF, Kim Namcheon, together with Im Hwa, took an extreme left-wing stance and criticized Kim Gi-jin’s popularization of professional literature. In his work “Gongjangsinmun” (공장신문 The Factory Newspaper) published in 1931, a factory worker named Gwansu asserts his autonomy through the factory newspaper. The first issue of the factory newspaper is issued in the midst of increasing discontent as promises to improve working conditions are not kept. The newspaper arouses anger amongst the factory workers by blowing the whistle on some corrupt members of the union. Then, Gwansu is elected as a new leader.
Based on Kim Namcheon’s own experience in prison, “Mul!” (물! Water!) (1933) is famous for the author’s argument with Im Hwa over the issue of water. On a hot summer day, there’s not enough water inside a cramped prison cell. The inmates ask the prison guard for more water, but their requests are not easily accepted. Soon after, the prison guard brings them some tap water, and the protagonist imagines the sound of water to be that of a cataract. Yet, he soon gets diarrhoea, and, like the rest of the inmates, must wait for the toilet to be free. At a time when the class literary movement sought a new direction, the debate over “Mul!” caused tension and conflicts with regards to the ideology and practice of class literature.
After the dissolution of KAPF, Kim published a series of self-accusatory works such as “Nammae” (남매 Brother and Sister) (1937), “Cheoreul ttaerigo” (처를 때리고 After Beating My Wife) (1937) and “Chumchuneun nampyeon” (춤추는 남편 A Dancing Husband) (1937), thereby practicing self-criticism through literature.
“Cheoreul ttaerigo” is the story of a man named Cha Nam-su, a former socialist who has been to prison. While preparing to start a publishing business, he discovers that his wife has taken a walk with one of his colleagues, Kim Jun-ho. Instead of blaming his business partner Jun-ho, he picks a fight with his wife, who then exposes Nam-su’s falsehood in full. Later, Jun-ho tells Nam-su that he has got a new job and must therefore opt out of the business plan. This story puts Kim Namcheon’s literature of accusation into practice by revealing the snobbery, violence, and false relationships among intellectuals.
Kim Nam-cheon’s full-length novel Daeha (대하 Scenes from the Enlightenment) takes the form of a family chronicle. Set against the backdrop of the enlightenment, the story spans over five generations. Part One introduces the grandfather from the first generation, who makes his fortune, and Park Sun-il from the second generation, who squanders the family money. In Part Two, Park Seong-kwon from the third generation saves his family from further decline by benefitting from the Sino-Japanese War. In addition, his relationships with his four sons and grandson are closely observed. This overview of changes in the social order delicately captures the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s and society. However, some critics say that the novel is somewhat inadequate in terms of narrative composition and character development.
Kim’s monumental novella, Maek (맥 Pulse) (1940), follows up on the stories of “Gyeongyeong” (경영 Management) (1940) and “Nangbi” (낭비 Waste) (1940). The protagonist Choi Moo-kyeong supports her fiancé Oh Si-hyung while he serves time in prison on account of socialist activism. However, once released from prison, Oh Si-hyung, contrary to Moo-kyeong’s expectations, drifts away from her, and she, too, resolves to build her own life. As the story continues, Oh Si-hyung denounces his views and his relationship with Choi Moo-kyeong takes a turn for the worse. This is not wholly unrelated to Kim Namcheon’s own concerns over conversion under such chaotic social circumstances at that time. The book has received both negative (‘a mix of artistry and conventionality’) and positive (‘the finest conversion novel and the only work of Korean literature dealing with ideological issues’) assessments. 1)
Works
1) Short Story Collections
≪소년행≫, 학예사, 1939 / Sonyeonhaeng, Hakyesa, 1939
≪맥≫, 을유문화사, 1947 / Maek (Pulse), Eulyoo, 1947
2)Novels
≪대하≫, 인문사, 1939 / Scenes from the Enlightenment, Dalkey Archive, 2014
≪사랑의 수족관≫, 인문사, 1940 / Sarangui sujokgwan (The Aquarium of Love), Inmunsa, 1940
3) Play
≪삼일운동≫, 아문각, 1947 / Samirundong (March 1st Movement), Amungak, 1947
References
1) Jeong Ho-woong, Life and Literature: Kim Namcheon, Hangilsa,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