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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과 작가, 행사, 교육, 연구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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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언어 Works
    희망을 안겨주는 문학 5: 외로움에도 끝이 있다

    2023년 11월 28일

    사람들은 때때로 내면의 외로움과 마주합니다. 불행의 순간이 찾아오고 마음속 어둠이 내면을 잠식하지만,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문학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삶의 고독을 담백하게 그려내면서도, 공감과 연대를 통해 개개인이 공존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치고 힘들 땐 훌쩍 여행을 떠나볼까요? 장은진의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목적 없이 3년째 여행 중인 주인공이, 여행 중에 만난 불행한 삶을 겪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무도 그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지만, 그 편지가 곧 ‘희망’의 편지일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래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합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그런 ‘인간애’와 ‘희망’을 엿봅니다.   현실이 절망스럽다면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통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무는 문학적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우리 주위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런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위로를 건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좌절감을 느꼈다면 이서수의 『당신의 4분 33초』를 통해 삶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보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의 순간은 바로 지금, 4분 33초에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연금술사』 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외로움은 어두운 터널이지만, 그 끝에 빛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다고 생각될 때, 희망을 안겨주는 문학을 통해 그 ‘빛’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ㅣ 소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스페인어]  저자 김초엽역자  Joo Hasun국내출판 허블(2019)해외출판 Temas de Hoy(2022) 이 책은 총 7편의 SF 단편소설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이다.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을 하지만 아득한 우주에서 다시 가족과 재회할 날만 기다리며 고군분투하는 여성 과학자의 삶을 다룬다. 기술 발전이 포장지라면 사람, 인간애를 담은 이야기는 그 속에 담긴 서정적인 삶의 선물이다.    ㅣ소설《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영어] 저자 배수아 역자  Deborah Smith 국내출판 자음과모음(2013) 해외출판 Jonathan Cape (2020)  스물아홉 살 김아야미는 서울의 유일한 시각장애인 전용 오디오 극장에서 일한다. 아야미는 폐관으로 마지막 근무를 마친 날, 늦은 밤까지 도시의 거리를 거닐며 여러 사람을 만난다. 암에 걸린 독일어 여교사, 폐관으로 실업자가 된 연극연출가,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에 온 독일인을 만나 기억과 꿈,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실인지 꿈인지 그 경계의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ㅣ소설《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영어] 저자 장은진역자 Jung Yewon국내출판 문학동네(2009)  해외출판 DALKEY ARCHIVE(2013) 이 책은 눈이 먼 개와 함께 3년간 목적 없이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여행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진 친구에게 시를 읽어주는 사람, 실연의 상처로 계속 기차를 타는 사람 등을 만난다. 그들의 불행을 위로하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편지를 쓰지만 단 한 번도 답장 받지 못한다. 언뜻 보면 이 상황이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주인공이 보내는 편지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ㅣ소설 《당신의 4분 33초》 [중국어] 저자  이서수역자  謝麗玲국내출판  은행나무(2020)해외출판  一人出版社(2021) 이 책은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은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 연주곡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좌절과 낙담으로 살아가는 이기동의 삶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천재 전위예술가 존 케이지의 삶을 번갈아 보여주며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윤리로 이 삶을 살아야 할까? 4분 33초 동안의 침묵과 삶의 묵직한 의미를 던지며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ㅣ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중국어] 저자  최은영역자  陳曉菁최초발표 문학동네(2018)해외출판 商務印書館 (2019) 이 책은 7개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포옹하도록 이끄는, 제목처럼 ‘삶에 무해한 책’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감정을 그려낸 「그 여름」, 이십 대를 공유한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모래로 지은 집」 등 삶에 상처 받았으나 사람으로 인해 다시 치유 받고 일어서는,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다. 피옥희(PI OK-HEE) 세상을 나답게 보고 느낀 바를 담는 전문 글쟁이. 오랫동안 신문사, 잡지사 기자로 활동해왔으며 사람·공간·책·여행 등 다채로운 글을 쓰고 있다. 또한 단행본 대필과 기업·공공기관 사보·백서·사례집 등을 집필하는 기획자이자 스토리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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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특집, 한국수험생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한국문학5

    2023년 11월 22일

    한국의 수험생들은 수능만을 위해 수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감수성이 예민한 수험생들이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고 목표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참고서’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인생에 수많은 ‘참고서’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 한국의 높은 교육 열망 덕분에 수험생들이 학문 역량뿐만 아니라 문학적 소양까지 갖출 수 있는 한국 문학을 꾸준히 배워 온 것일 텐데요.   특히 ‘수능 필독 도서’로 불리는 한국 문학은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시대의 인생을 넌지시 담아 그들의 삶의 내력과 정신을 오롯이 보여줌으로써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1930년대 유랑 농민 부부의 삶을 통해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윤리 도덕적 타락을 보여준 김유정의 《소낙비》나 룸펜(Lumpen) 지식인의 무료한 일상을 그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한국 근대 문학의 표본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네 청춘 남녀를 주인공으로 ‘자유 연애’와 ‘계몽’을 이야기하며 한국 현대 문학의 시초가 된 이광수의 《무정》, 주인공 난쟁이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폭로하고 꿈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인력거꾼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도 수험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도와 줍니다. ㅣ 소설 《소낙비》 [영어] 저자 김유역자  Yoonna Cho국내출판 조선일보(1935)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2014)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유정의 단편소설로 흉년으로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떠나온 주인공 부부를 통해 유랑 농민의 궁핍과 좌절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  노름 밑천을 마련해 오라며 아내를 매질하는 가부장적인 춘호와 매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윤리관을 버리고 매춘하는 춘호 처의 서글픈 현실, 지주와 소작농의 부조리한 관계 등을 ‘소낙비’를 매개로 해학적이며 역설적으로 그리며 깊은 사유의 세계로 초대한다.    ㅣ소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영어] 저자 박태원역자  Sunyoung Park, Jefferson J. A. Gatrall, Kevin O’Rourke국내출판 - 해외출판 Penguin Books (2023)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된 근현대 중편소설. 직업도 아내도 없이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26세 소설가 ‘구보’가 서울 거리를 배회하는 과정을 시간 순이라는 매력적인 도구로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그린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이다. 주인공이 서울 거리를 배회하며 접하는 풍물과 사람을 통해 고독, 욕망, 돈, 사랑 등 시시각각 변하는 내면 의식을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ㅣ소설《무정》 [영어] 저자 이광수역자 Ann Sung-hi Lee최초연재 매일신보(1917)국내출판 신문관·동양서원(1918) 해외출판 East Asia Program (2005) 1917년 매일신보에 발표된 한국 최초의 현대 장편 소설로 ‘자유 연애’와 ‘계몽’이라는 근대적 의식을 담아내며 한국 현대 문학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 일본 유학 후 경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지식인 이형식, 경성학교 배학감에게 순결을 잃고 자살을 결심한 전통적 유교 교육을 받은 여성 박영채,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근대적 여성 김선형, 반봉건적·진취적인 유학생 김병욱을 통해 격변기 조선 사회의 가치관의 혼란을 누구나 공감할 만하면서도 생생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ㅣ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영어] 저자  조세희역자  Bruce and Ju-Chan Fulton국내출판  문학과 지성사(1978) 해외출판  University of Hawaii Press(2006)  1976년 잡지 《문학과 지성》 겨울 호에 발표된 단편소설. 주인공 난쟁이 가족을 통해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몰락한 무허가 도시 빈민층이 겪는 삶의 좌절과 애환을 날카로우면서도 현실감 있게 파헤쳐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이야기는 주인공인 아버지 ‘난장이’의 자녀들의 시점으로 1부는 큰아들 김영수, 2부는 작은아들 김영호, 3부는 막내딸 김영희,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ㅣ 소설 《운수 좋은 날》 [러시아어] 저자  현진건역자  Ким Сонмён,Илья Беляков최초발표 잡지<개벽> 제48호(1924)해외출판 АСТ Лингва(2019) 1924년 6월 잡지 《개벽》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인력거꾼 김첨지를 통해 조선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열흘 넘게 허탕 친 김첨지는 오늘은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달라는 아픈 아내를 거칠게 뿌리치고 일을 나선다. 일하는 내내 아픈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많은 손님으로 큰돈을 버는 행운을 놓칠 수 없어 일을 계속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낸 개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소설은 시대와 민족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하는 산증인으로 수험생 곁에 오래도록 남을 만하다. 차연(chayeon)  1994년부터 모양새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도자기를 빚듯이 여러 매체에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모 웹진에 매월 책, 영화, 여행 등 문화정보를 밤새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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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바탕 한국문학5

    2023년 11월 13일

    실화(實話),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 힘은 픽션보다 더 생생하고 적나라한 묘사로 이어져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문학으로 닿는다. 종종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은 정말 실화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그려져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부터가 픽션인지 혼동스러울 때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극한 상황이 펼쳐져 ‘이것이 인생인가?’ 되묻게 하고,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갈등과 충돌, 붕괴 속에서 때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학이다. 또한 리얼과 픽션이라는 외줄 타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접하고, 어떤 것을 바라보고 마주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게 하는 선택의 갈림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 실제 겪은 이야기들이 아귀가 맞는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퍼즐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다른 사람의 인생과 궤를 같이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사로 이어지는 힘이 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1940년대 후반의 제주 4·3사건을 모티브로,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잃고 수십 년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빠를 기다려 온 정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심의 삶은 그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딸 인선과 친구의 마음을 내치지 못하는 경하로 인해 그저 과거로 치부되거나 개인의 고통에 머물지 않는다.  《고발》은 어떤가. 북한에 거주 중인 작가가 일곱 편의 각각 다른 주인공을 통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북한 체제에서 평범한 남녀가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 부조리 속에서 실제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968년 5월 출간된 《운명의 턴넬》은 일제 강점기 함경도 지방의 경제, 인물, 형제애와 사랑,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한 가족의 놀라운 실제 이야기를 담으며 고난을 어떻게 이기려고 노력했는가를 이야기한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른 한국인의 이주를 따라 1900년대 초반 멕시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와 기억의 저편으로 아스라이 스러진 한인 이주의 실화이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간들이 생존과 존엄성을 위해 투쟁하는 아이러니한 세계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시 현재로 되살려내고 있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2009년 출간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세상에 던져 놓았다.  이처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 바탕의 소설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이며, 이것이 인생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도저히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하고 척박하며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결국엔 희망을 놓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ㅣ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어] 저자 한강역자  Pierre Bisiou국내출판 문학동네(2021) 해외출판 Éditions Grasset(2023) 이 책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빨치산 토벌 과정 중에 제주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사건’을 모티브로, 처절하고 비극적인 역사 기술을 넘어 끝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경하는 어느 겨울날, 친구 인선의 집에서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 나아가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찾고 있는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을 마주하게 된다.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슴 절절하게 그리는 정심의 마음이 인선에게로, 인선에게서 경하에게로, 경하에게서 독자들에게로 깊이 스며들기에 충분하다.   ㅣ소 설《운명의 턴넬》 [영어] 저자 반디 역자  Lee Ki-hyang 국내출판 다산책방(2017) 해외출판 Piper(2017)  ‘반딧불이’를 의미하는 ‘반디’라는 필명의 북한 거주 작가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북한 전체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목숨 걸고 쓴 소설로, 탈북자, 브로커 등을 통해 남한으로 반출시킨 단편 소설집이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여행증을 발급받으려고 했으나 반려되어 불법적으로 고향에 가려다 붙잡혀 강제 노동만 하다 돌아온 아들, 마르크스 초상화를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세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 등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평범한 주민들이 겪을 수 있는 억압적이고 충격적인 총 7편의 일상이 북한 사투리와 담백한 문체를 통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ㅣ소설《운명의 턴넬》 [영어] 저자 김형차역자 Allen D. Clark 국내출판 가족연구소 마음(2018)  해외출판 Seoul Selection U.S.A.(2018) 이 책은 1968년 5월 출간된 소설로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6·25 전쟁 참전까지 작가 자신과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의 일본 유학, 학도병으로의 강제 징집, 혹독했던 일본군 훈련 과정, 해방 전후의 일본군 생활 그리고 제1기 카투사로서의 한국전 참전, 압록강까지의 진격과 함흥 철수 작전, 그리고 히로시마부대에 같이 입영했던 학병들의 원자폭탄에 맞은 이야기까지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옮겨 놓았다.  ㅣ시집 《검은 꽃》 [영어] 저자 김영하역자 La Shure Charles국내출판  문학동네(2003) 해외출판 Mariner Books(2013)  대한제국이 스러지고 있던 1905년, 좋은 일자리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멕시코로 떠난 한국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민사를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당시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른 한국인들의 기세처럼 대담하고 활달한 작가의 필치는 순식간에 격렬하게 충돌하는 또 다른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봉건과 근대의 충돌, 토착 신앙과 외래 종교의 갈등, 신분과 계급의 붕괴,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간 운명의 절대적 조건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ㅣ 소 《도가니》 [영어] 저자 공지영역자 Bruce and Ju-Chan Fulton국내출판 창작과 비평사(2009)해외출판 University of Hawaii Press(2023) 2011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될 만큼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온 공지영 작가의 작품으로,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하고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사업 실패 후 홀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특수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을 통해 교육청·시청·경찰서·교회 등 기득권 세력의 묵인 하에 교장과 교사들이 자행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또한 인간 군상들의 충돌하는 입장 차이를 통해 악의 본질 뿐만 아니라 거짓을 용인하려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적나라하고 통렬하게 파헤친다.    차연(chayeon)  1994년부터 모양새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도자기를 빚듯이 여러 매체에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모 웹진에 매월 책, 영화, 여행 등 문화정보를 밤새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 다언어 Works
    K-Lit Success, Spearheaded by Translation: Korean Literature’s Rise as the World’s Unsung Hero

    2023년 11월 13일

    지난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류층과 하류층인 두 가족의 만남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 세계 내로라하는 상을 휩쓸었으니까요.  당시 영화나 감독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2020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봉준호 감독 통역사입니다. ‘순발력과 재치를 겸비한 완벽한 통역’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내외에서 화제였는데요.  그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통역 대상자의 언어뿐만 아니라 개인을 넘어 그 속에 내재된 문화까지 이해하고 포용하여 통역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들의 언어와 문화로 잘 전달하였기에 양쪽 모두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번역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와 ‘포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양국의 문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기에 찬사를 받을 수 있었고, K-문학 역시 전 세계인의 사랑을 계속 받아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16년 맨부커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한국 문학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를 위시하여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리지 부엘러’라는 번역가를 통해 영어권 대표 추리문학상 중 하나인 대거상을 2021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김혜순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은 번역가 이춘우라는 숨은 주역이 있었기에 미국 로체스터 대학이 운영하는 번역 문학 전문 웹사이트인 ‘쓰리 퍼센트’의 ‘최우수 번역 도서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이런 플롯은 없었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 《고래》는 또 어떤가요? 번역가 김지영의 존재로 인해 ‘노파-금복-춘희’라는 세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K-문학의 저력을 영어권에 알리며 올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소설 《저주토끼》에는 익숙한 듯 낯선 일상을 날카로우면서도 생생하게 잘 묘사한 번역가 안톤 허가 있었고, 심리적 서스펜스, 호러, 다크 판타지 장르의 소설 중 영어로 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셜리잭슨상을 수상한 2017년 편혜영의 소설 《홀》에는 김소라가 있었습니다.  이들 외에도 한국 문학을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면면까지 알리는 문화 전도사이자 문화 사절단의 역할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번역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덕분에 오늘도 K-문학이 세계를 향해 나아갑니다.  ㅣ 소설 《밤의 여행자들》 [영어] 저자 윤고은역자  Lizzie Buehler국내출판 민음사(2013) 해외출판 Profile(2020) 이 책은 재난 폐허 지역을 관광하는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사막의 싱크홀 ‘무이’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낙오되어 어쩔 수 없이 일행과 묵었던 리조트 ‘벨에포크’로 돌아가게 된 고요나. 그곳에서 리조트 매니저의 부탁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무이’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되는데…. 인공 재난 시나리오에 동참한 고요나는 과연 ‘무이’를 되살릴 수 있을까?   ㅣ시집《한 잔의 붉은 거울》 [프랑스어] 저자 김혜순 역자  YEE Choon-woo 국내출판 문학과지성사(2004)해외출판 Decrescenzo éditeurs(2016)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김혜순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표제작 <한 잔의 붉은 거울>을 비롯한 57편의 시는 '붉은색'을 시적 상상력이라는 매력적인 도구를 활용하여 탁월한 감성을 빛내고 있다. 또한 특유의 감각적 언어로 적나라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적 세계로 변함없이 독자들을 안내한다. ㅣ소설《고래》 [영어] 저자 천명관역자 Chi-Young Kim국내출판 문학동네(2004) 해외출판 Archipelago Books (2023) “지금껏 이런 플롯은 없었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  끊임없이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만 매력적인 인물, 노파와 금복 그리고 춘희라는 세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파도에 휩쓸린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서사들을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 등 여러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저마다 찾고 싶은 군상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한다. ㅣ소설 《저주토끼》 [영어] 저자  정보라역자  Anton Hur국내출판  아작(2017) 해외출판  Algonquin Books(2022)  ‘복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표제작 〈저주토끼〉를 비롯하여 총 10편이 수록되어 있는 호러, SF, 판타지 장르의 소설집이다.  경쟁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비열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양조 회사 사장(〈저주토끼〉), ‘대안적인 삶’을 외치며 위선을 떨던 남편(〈즐거운 나의 집〉), 욕심 때문에 가족을 비극에 빠뜨린 남자(〈덫〉)까지 때로는 욕망하고, 배반하며,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익숙한 듯 낯선 일상의 모습이 날카로우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져 묘한 쾌감과 위로를 느끼게 한다.  ㅣ 소설 《홀》 [영어] 저자  편혜영역자  Sora Kim-Russell국내출판 문학과지성사(2016)해외출판 Arcade Publishing(2017) 편혜영의 네 번째 장편소설. 사십 대 대학교수인 ‘오기’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눈만 깜빡일 수 있는 상태에 처하게 된 후의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의 교통사고 전과 후의 삶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사고 전의 삶을 한 꺼풀씩 벗기며 내면을 정밀하게,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시종일관 긴장감을 팽팽하게 그리고 있다.    차연(chayeon)  1994년부터 모양새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도자기를 빚듯이 여러 매체에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모 웹진에 매월 책, 영화, 여행 등 문화정보를 밤새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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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the Page to the Stage: Korean Books Adapted for Musicals

    2023년 11월 01일

    하루하루 바쁜 일정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바쁠수록 괜스레 마음이 허전해지는 날도 많아진다. 뭔가를 내면에 꽉꽉 채워 넣고 싶은 날, 이럴 때는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공연 관람으로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 보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볼 공연도 완성도 높은 작품도 많아졌다. 이중 시, 소설, 수필 등 한국 문학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눈에 띈다. 원작이 담은 메시지가 음악과 노래, 춤으로 극대화되며 더 진한 감동을 전한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유명한 문학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일지라도 뮤지컬을 거치면 더 입체적이고 새로워진다. 책의 텍스트가 그대로 살아난 듯한 생생한 느낌이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면 원작을 또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문학의 감동을 뮤지컬 무대 위에 녹여낸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유정 등 16인의 소설을 엮은 《레디메이드 인생: 한국현대 초기작가 소설선》, 이상의 《이상 시선집》, 백석의 《백석전집》. 원작의 문학적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이전에 읽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메시지와 감동을 마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ㅣ 시집 《님의 침묵》 [스페인어] 저자 한용운역자  Kim Hyun-Chang, Seung-kee Kim국내출판 (초판발행) 회동서관(1926)해외출판 Verbum(2002)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알 수 없어요>, <복종> 등 한용운의 초기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세련되고 품위 있는 어법으로 쓴 서정시들로 화려한 비유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총 88편 중 64편에 들어 있는 ‘님’, ‘당신’이라는 시어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한용운의 문학적 저항으로 주로 해석되지만 연인, 부처, 진리 등으로도 해석된다.  ∎뮤지컬<심우>_1937년 한용운이 독립운동을 함께한 김동삼의 장례를 치른 이야기가 배경으로 독립운동가의 치열한 삶과 독립을 향한 희망을 담고 있다.   ㅣ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영어] 저자 윤동주 역자  Kyung-nyun Kim Richards, Steffen F. Richards 국내출판 (초판발행) 정음사(1948) 해외출판 Jain Publishing Company(2003) 독립운동가이면서 시인이었던 윤동주. 1943년 항일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투옥 중 광복을 눈앞에 둔 1945년 2월,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가 남긴 단 하나의 유고시집으로 비극적인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갈등했던 윤동주의 내면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다.  ∎뮤지컬<윤동주, 달을 쏘다>_윤동주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가혹한 시대에 저항하며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순수한 청춘들을 만나볼 수 있다.  ㅣ소설《레디메이드 인생: 한국현대 초기작가 소설선》[영어] 저자 채만식 외역자 Kim Chong-un, Bruce and Ju-Chan Fulton국내출판 신동아(1934)해외출판 University of Hawaii Press(1988) 유머, 해학성을 특징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김유정을 비롯하여 한국 현대 초기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대표작들을 모아놓았다. 김유정의 <아내>,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 1930년대 중반에 주로 쓰인 걸작들이다. 한국 현대 소설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다.  ∎뮤지컬<팬레터>_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김유정, 이상 등 젊은 문인들과 순수문학을 추구하던 경성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ㅣ시집 《이상 시선집》 [스페인어] 저자 이상역자 Whangbai Bahk, José Catalán, Pio E. Serrano국내출판 - (1934)해외출판 Verbum(2003) 시대를 앞서간 모더니스트 시인 이상의 작품집이다. 문법을 무시하는 등 기존의 문학적 체계에서 벗어난 그의 문학은 두고두고 연구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문학에 대한 그의 실험적인 시도와 천재성으로 가득한 매력적인 문체는 인간 이상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뮤지컬<스모크>_이상의 연작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그의 대표작들이 음악이 되어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의 삶과 예술, 고뇌를 들려준다.  ㅣ 전집 《백석전집》 [영어] 저자 백석역자 Peter Liptak 국내출판 새문사(1990)해외출판 Exile Press(2018) 향토색 짙은 지역의 언어를 시어로 활용한 ‘시인의 시인’ 백석. 《백석전집》 은 백석이 한국 분단 후 북한에서 활동하여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작품들을 총망라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쓴 미발표 작품과 월북 이후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을 포함한 시, 수필, 동화, 소설, 평문 등이 담겨있다. ∎뮤지컬<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_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모티브로 약 스무 편이 넘는 백석의 시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다.  이미숙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및 자유기고가. 문화, 트렌드, 명사 인터뷰, 여행, 칼럼, 재테크 등 전 분야에서 활동. 50여 개 국내 기업, 단체 등에 원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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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onized Voices: Five Korean Books from the Japanese Occupation Era

    2023년 10월 19일

    20세기 초, 한국은 아픈 역사를 겪었다. 공식적으로는 1910년 8월 22일 강제병합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에 이르는 기간을 ‘일제강점기’라고 칭하는데, 이 시기에 한국은 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를 당했다. 만 35년간 이어진 일제강점기는 한국의 정치부터 문화, 예술까지를 송두리째 뒤흔든 기간이었다. 일제강점기의 문학 역시 그랬다.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태동한 글들은 당시 한국의 우울하고도 어지러웠던 사회상을 반영한다. 이번 도서 선정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한국인들이 얼마나 다양한 삶을 살았는지를 엿보고자 한다.  식민지에서의 친일 행적을 고백한 채만식의 자전적 소설 《민족의 죄인》, 당시의 궁핍한 사회상을 드러낸 강경애의 《파금》, 그리고 혼란을 겪는 인물들을 묘사한 김사량의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와 조명희의 《저기압》은 일제강점기의 한국 사회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반면, 이효석의 《하얼빈》처럼 조선이 아닌 타지를 배경으로 한 일제강점기 문학 역시 존재한다.  문학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갔던 지식인들의 생각, 고민, 고뇌를 엿보자.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줄 것이다. ㅣ 소설 《민족의 죄인》[영어] 저자 채만식역자  Jane Kim국내출판 백민(白民)(1948)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4) 광복 이후에 발표된 중편소설, 《민족의 죄인》.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은 일제강점기에 채만식 자신이 행했던 친일 행적을 고발하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친일 행위를 규탄하는 신문사 기자, 그리고 표면적으로나마 일본에 협력한 작가 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소설은 두 주인공의 갈등을 통해 과연 무엇이 정말 친일 행위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현재에도 여전히 채만식의 친일 행적, 그리고 소설을 통한 자기반성이 그저 변명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를 엿보고 모순적인 인간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ㅣ소설 《파금》[영어] 저자 강경애역자 Sora Kim-Russell국내출판 조선일보(1931)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3) 리얼리즘 작가 강경애의 단편소설, 《파금》. 이 작품은 식민지 한국 사회의 궁핍한 사회상을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겪는 두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고뇌와 번민, 그리고 각성과 투쟁의지를 담아냈다. 작품에서는 줄곧 하층민과 노동자 등의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작가 강경애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또한, 소설의 급진적인 결말은 독자에게 충격을 남기며 문제의식을 강화한다. ㅣ소설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영어] 저자 김사량역자 Jamie Chang국내출판 문장(1941)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4) 1941년, 식민지 말기에 발표된 김사량의 단편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 소설은 한 신문기자가 ‘왕백작’이라는 인물에 대해 회상하며 시작하는데, ‘왕백작’은 스스로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기차에서 난동을 부리고, 수시로 유치장에 드나드는 모호한 인물이다. 김사량은 신문기자라는 관찰자적인 인물과 문제적인 왕백작을 통해 식민지 시대 말기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모순과 혼란을 꼬집었다. ㅣ소설 《하얼빈》[영어] 저자 이효석역자 Ally Hwang국내출판 - (1940)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3)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진 작가 이효석. 이효석은 하얼빈을 두 차례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얼빈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수필을 발표했다. 그중 단편소설 《하얼빈》은 한 회의주의자가 하얼빈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다. 《하얼빈》은 이효석 자신의 개인적인 고뇌와 함께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에게 하얼빈이란, 누구나 한 번쯤 여행해보고 싶은 이국적인 도시로, 러시아 문화와 유럽의 정취가 밴 지역이자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다. 다만, 《하얼빈》에서 나타난 하얼빈은 혼란스러운 공간으로서, 당시 2차 세계대전 등으로 어수선했던 세계 정세의 흐름을 짐작해볼 수 있다.  ㅣ 소설 《저기압》[영어] 저자 조명희역자 Sora Kim-Russell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4)국내출판 조선지광(1926) 조명희의 소설 《저기압》은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모순과 계급의 모순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저기압》 속 주인공은 신문기자라는 지식인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난과 직업난, 그리고 권태를 겪는다. 조명희는 《저기압》에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무기력과 혐오, 그리고 가난이 일상이 된 식민지 지식인의 현실을 꼬집는다. 김지연 콘텐츠를 보고, 읽고, 씁니다. 콘텐츠를 먹은 만큼 소화하는 것이 꿈입니다. 온라인 뉴스 매체 등을 거쳐 현재는 온라인 영화 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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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화ㆍ신화적 상상력과 소설의 만남

    2023년 09월 26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설화·신화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가득합니다. 현생에는 없지만 한 번쯤 꿈꿔 보는 그런 세계. 여러분들은 어떤 세계를 만나고 싶나요? 여기, 설화·신화적 요소를 활용한 한국 소설에는 우리가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던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제주도에서 전승되어 온 창조신화 속 천지왕의 두 아들 대별왕과 소별왕. 비록 이름은 생소하지만, 조상이 섬기던 한국의 신(神)이 궁금하다면 <새롭게 만나는 한국신화》와 <한국의 신화와 설화>를 통해 신(神)비한 신화의 세계를 만나 보세요.  만일 설화 속 주인공이 21세기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황석영의 <바리데기>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피폐한 세상을 구원하는 현대판 바리공주의 영혼과 맞닿아 있습니다.   설화·신화 속 세계에 현실의 모습이 투영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김시습의 <금오신화> 속 다섯 편의 소설에는 설화·신화적 요소를 활용해 소설의 재미를 더하면서도 그 내면에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궁중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설화·신화를 뛰어넘는 상상력은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기기인 도로>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기발한 상상력이 역사와 만나 ‘증기기관’ 기술이 발달한 조선시대의 기기인을 통해 신비한 세상을 그려 냅니다.  이렇듯 ‘설화·신화적 요소를 활용한 한국 소설’은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더욱 짜릿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 만나러 가볼까요?  ㅣ 소설 《금오신화》 [영어] 저자 김시습역자  Würthner Dennis국내출판 현대사(1953)해외출판 The University Press of Hawaii (2020) 김시습이 한자로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총 5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이 책에는 귀신, 염왕, 용왕, 용궁 등 현실에는 없는 세계가 등장한다.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조선 왕조 궁중의 위선과 부조리를 비판하지만, 그 속에는 백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ㅣ《바리데기》 [영어] 저자 황석영역자 Sora Kim Russell해외출판 Periscope (2015) 이 책은 일곱째 딸 바리공주가 부모로부터 버림받지만, 부모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생명수를 구하러 가는 바리데기의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소설 <바리데기>는 아들을 갈망하던 북한 관료 부부의 일곱째 딸로 태어난 ‘바리’가 부모로부터 버려졌다가 구출된 후 탈북해 중국, 런던으로 넘어가 겪는 시련과 고난을 다룬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바리의 영혼이 구원할 수 있을까? ㅣ《새롭게 만나는 한국신화》 [러시아어] 저자 이경덕역자 Лидия Азарина국내출판 원더박스(2020)해외출판 Манн, Иванов и Фербер (2022) 아기를 돌보고 점지하는 ‘삼승할망’과 어린아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할망’, 가정에서 모시는 ‘성주신’, 부엌을 맡고 있는 ‘조왕신’, 사랑과 농사의 여신 ‘자청비’.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한국의 신화 속 상징을 해설로 풀어낸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한국 신화의 세계를 탐닉해 보자. ㅣ《한국의 신화와 설화》 [영어] 저자 -역자 James Huntley Grayson국내출판 -해외출판 Curzon(2011) 이 책은 한국의 신화와 설화 175개의 이야기에, 비교를 위한 16개의 이야기를 더 포함하고 있다. 고대 국가와 씨족 사회에 얽힌 신화 이야기와 고대 민담과 전설, 현대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설화의 근원과 기원을 찾아 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ㅣ 소설 《기기인 도로》 [일본] 저자 김이환 외역자 Kira Kanae국내출판 아작(2021)해외출판 Hayakawa Publishing Corporation (2023)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증기기관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스팀펑크 장르 소설이다. 정명섭 <증기사화>, 박애진 <군자의 길>, 김이환 <박씨부인전>, 박하루 <염매고독>, 이서영 <지신사의 훈김> 이 5개의 단편은 증기 기술이 도입된 조선에서 펼쳐지는 기기인 ‘도로’의 모험이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역사에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지면 어느새 독자는 소설 속 ‘도로’가 된다. 피옥희 세상을 나답게 보고 느낀 바를 담는 전문 글쟁이. 오랫동안 신문사, 잡지사 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사람·공간·책·여행 등 다채로운 글을 쓰고 있다. 또한 단행본 대필과 기업·공공기관 사보·백서·사례집 등을 집필하는 기획자이자 스토리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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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추리소설 시대의 출현

    2023년 09월 21일

     그동안 한국은 추리소설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은 것에 비해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으로서의 수준은 부족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를 지닌 작품들이 출현하면서 이런 평가가 무색해졌다. 이제는 K-컬처로 대변되는 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서 한국형 추리소설이 자리매김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추리 소설은 대중적 관심의 중심에 서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또 다른 비극을 그려낸 <거짓말이다>, 액자식 구성으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낸 <7년의 밤>, 악의 탄생과 그 연대기를 보여주는 <잘자요 엄마>, 한 사람의 죽음 후 남겨진 자들의 비틀린 시간을 담은 <레몬>, 재난마저도 상품으로 판매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인 <밤의 여행자>까지. 추리소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매력적인 스릴과 서스펜스를 찾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섬뜩하고 서늘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ㅣ 소설 《거짓말이다》 [프랑스어] 저자 김탁환역자 François Blocquaux, Lee Ki Jung국내출판 북스피어(2016)해외출판 L’Asiathèque(2020) 침몰한 여객선이 그곳에 있었다. 잠수사 나경수는 동료 잠수사의 연락을 받고 맹골수도로 향하면서 소설<거짓말이다>는 시작한다. <압록강>, <독도평전>, <나, 황진이>등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 사건 뒤에 남겨진 고통에 주목했다. 좁고 깊은 심해에서 아이들의 유해를 수습한 잠수사들에게 남겨진 것은 돈만 밝힌다는 사람들의 비난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국가였다.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르포타주 형식으로 풀어낸 무겁고 고통스럽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기록을 여기서 만나게 된다. ㅣ 소설 《7년의 밤》 [영어] 저자 정유정역자 Chi-Young Kim해외출판 Penguin Books (2020)국내출판 은행나무 (2011)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 집행인이었다”라는 인상 깊은 구절로 시작되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그 독특한 소재와 내러티브로 인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세령 마을 댐 수문을 열어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최악의 살인마 최현수와 그런 최현수가 우연히 죽인 소녀 오세령의 아버지 오영제.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 속에서 고통을 받아온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을 중심으로 두 남자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정유정 작가는 2009년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 내는데 성공했다.  ㅣ 소설 《잘자요 엄마》 [영어] 저자 서미애역자 Yewon Jung해외출판 Oneworld Publications (2020)국내출판 노블마인(2010) 범죄심리학자인 이선경의 삶에 갑자기 두 명의 낯선 사람들이 출현한다. 한 사람은 그동안 인터뷰를 거절하고 침묵하던 연쇄살인마 이병도였고, 다른 한 사람은 남편의 전처의 딸 하영이다. 작품은 열한 살 하영의 모습과 연쇄살인마 이병도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악의 연대기를 그려나간다. ‘잘 자요 엄마’라는 하영의 평범한 한 마디 속에 담겨 있는 섬뜩한 악의가 날카롭게 빛난다. 서미애 작가의 하영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ㅣ 소설 《레몬》 [영어] 저자 권여선역자 Janet Hong해외출판 OTHER PRESS (2021)국내출판 창비 (2019) 작가 권여선은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이질감을 주는 <레몬>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다. 주인공 다언은 열아홉 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해언의 동생이다.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해언은 사건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인 한만우와 마주하고자 한다. 미스터리하지만 차분한 내러티브는 17년 동안 과거의 시간에 묶여 있는 인물들을 메마른 시선으로 비춘다. 이런 매력으로 인해 동명의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ㅣ 소설 《밤의 여행자들》 [영어] 저자 윤고은역자 Lizzie Buehler해외출판 Profile (2020)국내출판 민음사 (2013)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은 소재가 기발하고 발랄하다. 이야기의 전개는 겉잡을 수 없는데, 다른 한편으로 현실의 쓴맛이 느껴진다.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이 일어났던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여행사의 여행 프로그래머이다. 퇴출 위기에 몰려있는 그가 퇴출 위기에 몰려있는 여행지인 무이를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요나는 무이가 재난 여행지로부터 퇴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인공적인 재난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태는 예상을 벗어나면서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다.   홍광수 칸트와 리오타르의 숭고미학에 대해 공부한 후, 계간지와 매거진을 넘나들며 영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영화, 회화, 무용, 연극 등 각종 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프리랜서 작가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 다언어 Works
    소외 받은 개인의 진실이 담긴 작품 5

    2023년 09월 21일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인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인권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인권은 그렇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힘을 가진 권력으로부터 힘없는 개인이 억압받는 게 오히려 일상적이었던 것이죠.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SF소설보다 더 허구 같던 그때의 이야기를 손수 써 내려간 다섯 작가의 경험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윤기정의 《양회굴뚝》은 여공들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을, 문영숙의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와 김금숙의 《풀》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끝없는 전쟁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엄혹한 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그 무엇보다 크게 위협받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는 자유국가를 위한 시민들의 항쟁이, 반디의 《고발》에서는 어느 독재국가에서 생존하기 위한 개인들의 몸부림이 실감 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르지만 닮아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 조금은 착잡하면서도 담담한 심정으로 한껏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ㅣ 시소설 《양회굴뚝》 [영어] 저자 윤기정역자 Mi-Ryong Shim해외출판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2014)국내출판 (조선지광(1930) 양회굴뚝에서 연기가 멈춘 날, 동아제사 공장 여공들의 일상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부조리한 억압과 탐욕에 대해 의지와 투쟁으로 맞선 오백여 명의 여공들은 고된 노동 현장에서도 연대의 힘을 믿었다. 누군가를 위해 청춘을 헌신한 여공들의 목소리는 당대 현실의 혹독함을 사실적으로 투영한다. 하나로 뭉친 그들의 진심을 통해 잊혔던 쟁의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ㅣ 소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영어] 저자 문영숙역자 David Carruth해외출판 Penguin Classics(2019)국내출판 서울셀렉션(2016)해외출판 Seoul Selection(2019) 일제에 의해 짓밟혔던 몸과 마음, 고난과 학대의 온상을 작가는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과거의 사건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우리가 현재와 미래에 이를 어떻게 인식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동안 청소년 문학을 써온 작가가 피해자들이 겪었을 역사적 진실을 낱낱이 조명했다는 면에서 더욱 유의미한 작품이다.   ㅣ 만화 《풀》 [스페인어] 저자 김금숙역자 Joo Hasun 해외출판 Penguin Randomhouse (2022)국내출판 (보리(2017)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상처는 아직 한국에서 끝나지 않았다. 작가는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한 위안부 피해자의 지독한 삶을 흑백의 절제된 그림체로 보여준다. 광복이 되며 일제는 물러갔지만 피해자들의 오랜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위안부 문제를 놓고 작가는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낯설게 묻는다.  ㅣ 소설 《소년이 온다》 [영어] 저자 한강역자 Deborah Smith 해외출판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6)국내출판 창비(2014)해외출판 Hogarth(2016) 광주 민주화 운동이 남긴 참상과 아픔을 6개의 장과 에피소드로 독특하게 풀어냈다. 각 장마다 달라지는 화자는 한 사건을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의 상황과 심경을 생생하게 전해온다. 어느 지역의 일부 시민들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작가의 정교하고 섬세한 문장을 따라 들어보자. ㅣ 소설 《고발》 [독일어] 저자 반디역자 Lee Ki-hyang해외출판 Piper(2017)국내출판 다산책방(2017) 세상과는 단절된 독재국가 북한에 거주하는 작가가 이름을 감추고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출판한 소설집. 북한 주민의 고립된 일상을 소재로 한 7편의 소설은 실제 사연을 수집하여 각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감시와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며 자유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되묻는다. 박시형 / PARK SI-HYEONG 미학을 공부했고 소설과 칼럼을 씁니다. 잡지사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콘텐츠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 Works
    조선시대 문학 작품5 “전근대의 조선, 글자를 통해 만나다”

    2023년 09월 12일

    신분 차별 등 엄격한 사회적 벽에 둘러싸여 있던 조선시대.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진 신분계급은 누군가에게는 죽을 때까지 떼어낼 수 없는 족쇄가 되었다. 더불어 글, 문학은 남성만의 것이었으며 남성의 보조자로만 인식되던 여성에게는 쉽사리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학 창작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억눌러지는 것은 아니다.폐쇄적이고 봉건적인 사회구조 속 신분 차별, 성별 차별이 심해질수록 문학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자신의 작품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황진이 등 기생들의 시조를 엮은 시조집 《기생 시조선》, 조선 중기 전형적인 양반 사회에서 생활의 이상을 찾지 못하고 번민하는 모습을 그린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 신분 차별 등 당시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한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 조선시대 여성들의 생활상과 당시의 정치풍토를 엿볼 수 있는 혜경궁 홍씨의 회고록 《한중록》, 시대의 규율에 저항하며 글로써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쓴 허난설헌의 시조집 《허난설헌 시선집》 등은 폐쇄된 그 시대에서 자유와 평등을 갈망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수백 년이 흘렸지만 이 작품들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이름의 약자들에게 삶의 지혜와 위로를 주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미치는 글, 문학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ㅣ 시조집 《기생 시조선》 [영어] 저자 황진이역자 Contogenis Constantie, Choe Wol-Hee해외출판 BOAs(1997)국내출판 (창작연도) 조선중기 온갖 규율로 폐쇄된 조선 사회에서 하위주체였던 여성, 그중에서도 천민이자 여성이었던 기생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기생 시조선》은 당대 최고의 기생으로 이름난 황진이를 대표로 여러 기생들의 시조를 담은 작품집이다. 짧은 시조 한 수에 그들의 문학적, 예술적, 인간적 사상이 녹아있다. 자신의 시조에서만큼은 신분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과 예술,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ㅣ 소설 《구운몽》[영어] 저자 김만중역자 Heinz Insu Fenkl해외출판 Penguin Classics(2019)국내출판 (창작연도) 1687 조선시대 중후기의 문인이자 소설가였던 김만중이 홀어머니를 위해 쓴 작품. 탄탄한 문장과 비유로 감동과 교훈을 주는 주제가 돋보인다. 주인공 성진의 하룻밤 꿈을 통해 인생무상, 일장춘몽 즉 인생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당시의 전형적인 양반 사회에서 생활의 이상을 찾지 못하고 번민하는 모습을 유불도의 다양한 사상과 시대를 초월한 철학을 담아 그려내고 있다.  ㅣ 소설 《홍길동전》[영어] 저자 허균역자 Minsoo Kang해외출판 Penguin Classics(2016)국내출판 (창작연도) 조선 중기 한국 최초의 한글소설로 당시 사회 문제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던 저자 허균은 400년을 앞서간 개혁가였다. 그는 《홍길동전》에서 조선시대 서자로 태어나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주인공 홍길동의 영웅적 활약을 통해 적자와 서자 사이의 신분 차별 타파, 민본사상, 인재 등용 방안, 국방력 강화론 등을 설파하고 있다. ㅣ 회고록 《한중록》[영어] 저자 혜경궁 홍씨역자 JaHyun Kim Haboush해외출판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6)국내출판 (창작연도) –(1805)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 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쓴 자전적인 회고록이다. 아버지 영조의 노여움으로 남편이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한중록》은 자신의 한 많은 삶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절절한 슬픔으로 때로는 격정적인 회고와 비판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당시 궁중의 생활상과 조선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ㅣ 시조집 《허난설헌 시선집》[영어] 저자 허난설헌역자 Yang Hi Choe-Wall해외출판 Cornell Univ. East Asis Program(2003)국내출판 (창작연도) –(1608) 사대부가에 태어나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제한적이어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던 조선시대의 여성. 허난설헌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간 여성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봉건사회의 가혹한 현실을 탁월한 글재주로 헤쳐 나가고자 노력했다. 《허난설헌 시선집》에는 스물일곱 짧은 삶을 살다간 그의 문학적, 예술적, 인간적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미숙 / Lee Misuk 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및 자유기고가. 문화, 트렌드, 명사 인터뷰, 여행, 칼럼, 재테크 등 전 분야에서 활동. 50여 개 국내 기업, 단체 등에 원고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