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조은(1960~)은 한국의 시인이다. 초기 시에서는 자연물과 내면세계를 연결짓는 데에 집중하였으나, 점차 타인과 외부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생애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외 2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오랫동안 혼자 습작을 하다가 오규원1)의 시 강좌를 들으며 처음 인연을 맺고2) 오규원 시인이 사망할 때까지 친분을 이어갔다. 행복한 순간에는 시가 잘 쓰이지 않으며, 힘들고 불행한 순간에 살아나는 오감을 통해 시를 쓴다고 한다. 문학은 일상적인 삶 속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문단 사람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서울 사직동의 한옥에 살면서 한 달에 한 번 시 낭송회를 가진다.3) 2019년 6월부터 일상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바탕으로 도시 곳곳을 조명하는 <조은의 도시산책>을 연재하고 있다.4)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1991),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1991), 《무덤을 맴도는 이유》(1996), 《옆 발자국》(2018) 등을 펴냈다. 아동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햇볕 따뜻한 집》(1999),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2012) 등 어린이들에게게 사랑과 우정을 일깨워 주는 따뜻한 동화를 여러 권 썼다.5) 에세이 《벼랑에서 살다》(2001), 《마음이여, 걸어라》(2011) 등을 펴냈다. 반려견 또또와의 17년이 담긴 에세이 《또또》(2013)로 2014년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작품 세계
조은 시는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치는 고뇌와 고통, 절망과 죽음을 평이한 일상어로 표현한다. 조은 시에서는 죽음조차 관념적 진술이 아니라 일상과 연결된 자연물의 이미지로 제시된다. 첫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1991)의 <전원일기> 연작에서는 시인의 유년기가 담긴 가난하고 불행한 농촌을 그렸다.6) 두 번째 시집 《무덤을 맴도는 이유》(1991)에서 죽음은 삶의 이면으로 제시되며, 체념하지 않고 고통을 끝까지 견디는 자세는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시인의 견고한 의지는 ‘~다’로 이루어진 종결어미 및 다소 경직된 어조를 통하여 구현된다.7)
어둠과 고통, 죽음은 조은 시의 핵심적 요소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지던 ‘무덤’은 《따뜻한 흙》(2003)에서 생명성을 내포한 것으로 묘사된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자극하는 것으로 묘사된다.8) 이러한 변화는 자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숲의 휴식>, <가야 할 곳> 등에서는 빛과 그늘, 꽃과 뿌리와 같은 대립물들의 공존, 모순된 것들의 동일성이 나타난다.9) 초기 시에서 두드러지는 산문 형식은 점차 운문 형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아와 내면 세계에 집중하던 조은의 시세계는 점차 타자와 외부 세계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의 빛살》(2010)은 육감(the sixth sense)을 통해 병들고 고통받는 존재들에 대한 공감을 보여준다. 꽃과 나무, 고양이, 모르는 타인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모습은 특히 <기억의 심층>에서 잘 드러난다.10) 《옆 발자국》(2018)은 ‘지금 이 순간’이 결국 지난 기억과 다가올 죽음이 맞닿는 지점이라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들여다보며 삶을 더 깊게 이해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타인에 대한 관심, 슬픔에 대한 공감,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제시된 이 시집에서 조은의 시는 “삶과 죽음의 밀접한 관계를 의식하면서도 결국은 죽음이 아닌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혹은 발자국의 시 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11)
주요 작품
1)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민음사, 1991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민음사, 1991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민음사, 2007년 개정판)
《무덤을 맴도는 이유》, 문학과지성사, 1996
《따뜻한 흙》, 문학과지성사, 2003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사, 2010
《옆 발자국》, 문학과지성사, 2018
2) 에세이
《벼랑에서 살다》, 마음산책, 2001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샘터사, 2004
《조용한 열정》, 마음산책, 2004
《낯선 길로 돌아오다》, 랜덤하우스, 2009
《마음이여, 걸어라》, 푸른숲, 2011
《또또》, 로도스, 2013
《벽강 전숙희》, 한겨레출판사, 2016
3) 어린이책
《햇볕 따뜻한 집》, 창비, 1999
《빈방들》, 열림원, 2003
《동생》, 푸른숲, 2003
《다락방의 괴짜들》, 문학과지성사, 2005
《으뜸 누리》, 도깨비, 2006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사계절, 2012
《힐링 썰매》, 문학과지성사, 2016
수상 내역
2014년 전숙희문학상 수상 (수상작 《또또》)12)
참고 문헌
1) [오규원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오규원 (2019.09.16.)
2) 이 시는 첫 번째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의 첫 번째 작품으로 수록되었다.
3) 김지율, <시인광장 시인탐방 【84】 김지율의 시인과의 인터뷰[9]부디 벼랑에서 만나자, 조은 시인과의 인터뷰>, https://blog.naver.com/w_wonho/221023141697 (2019.09.16.)
4) <[고정물] 조은의 도시산책>,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series.html?secode=2187 (2019.09.16.)
5) [무덤을 맴도는 이유 – 네이버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31867 (2019.09.16.)
6) 오규원, <물과 벼랑>, 조은, 《사랑의 위력으로》, 민음사, 1991
7) 박혜경, <견고한 의지와 투명한 무구의 세계 –조은과 함민복의 최근 시들에 대하여>, 《문학과사회》 10(1), 문학과지성사, 1997
8) 조은은 에세이 《벼랑에서 살다》(2001)에서 “내가 무덤이라는 양식을 좋아하고 자주 찾아가는 것은 죽음을 통해야만 얻는 삶, 더 농도 짙은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떠난 자들에게 무덤은 죽음의 양식이지만 산 자들에게 무덤은 삶을 자극하는 양식이다.” 라고 밝혔다.
9) 최현식, <[서평] 빛의 뿌리 혹은 뿌리의 빛 –조은, 따뜻한 흙>, 《실천문학》, 실천문학사, 2004.2.
10) 이수정, <[시] 공감, 피로하고 아름다운 여섯 번째 감각 –조은 시집, 생의 빛살(문학과지성사, 2010)>, 《문학과사회》 23(2), 문학과지성사, 2010.
11) 오생근, <벼랑과 경계의 시>, 조은, 《옆 발자국》, 문학과지성사, 2018
12) <전숙희문학상에 조은 시인>, 《한겨레》, 2014.09.3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57612.html (2019.09.16.)
Introduction
Jo Eun (1960 - ) is a Korean poet. In her early poems, she focused on connecting nature and an inner world, but she has gradually expanded her poetry world to deal with other people and an outer world.
Life
She was born in 1960 in Andong, North Kyungsang Province. She debuted with three poems including “Ddangeun jugeomeul horakhorak badajuji anneunda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The Land Does Not Easily Accommodate Dead Bodies)”1) in Segyeui Munhak (세계의 문학 World’s Literature) in 1988. For a long time, she has studied poetry by herself and she met Oh Kyuwon2) through his lecture and kept up acquaintance with him until he died. She said that she could not write poems when she was happy; she could only write through the five senses recovered at the misfortunate moment. With her belief that literature is part of an ordinary life, she has seldom met with anyone from the literary circle.
Living in Sajik-dong, Seoul, she has a poetry reading once a month.3) Since June 2019, she has published serially “Joeunui dosisanchaek (Jo Eun’s Walking in the City)” which describes every corner of the city through her delicate lense.4)
She also published several poetry collections including Sarangui wiryeokeuro (사랑의 위력으로 With the Power of Love) (1991), Ddangeun jugeomeul horakhorak badajuji anneunda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The Land Does Not Easily Accommodate Dead Bodies) (1991), Mudeomeul maemdoneun iyu (무덤을 맴도는 이유 The Reason for Lingering around Graves) (1996), Yeop baljaguk (옆 발자국 Footprints Next to Me) (2018). In addition, she was interested in children’s books and published warmhearted stories such as Hatbyet ttatteuthan jip (햇볕 따뜻한 집 House with Warm Sunshine) (1999) and Yetnalcheoreom sala bwateoyo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I Lived Like in Old Days) (2012) that inspire children with friendship and love.5) Besides, she released essays such as Byerangeseo salda (벼랑에서 살다 Living on the Cliff) (2001) and Maeumiyeo geoleora (마음이여, 걸어라 My Heart, Walk) (2011). She received the Jeon Sukhui Literary Award for Ttotto (또또, Ttotto) (2013), an essay illustrating the 17 years she lived with her pet, Ttotto.
Writing
Her poems describe agony, pain, despair and death we face every day in our ordinary life in a plain language. Death in her poems is portrayed as part of daily life in a form of natural image not an abstract statement. A serial poem “Jeonwonilgi (전원일기 Country Diary)” in her first poetry collection, With the Power of Love, depicts a poor and depressing farm village where she spent her youth.6) The second collection, The Reason for Lingering around Graves, describes death as one side of life, showing her resolution to overcome difficulties without giving up on her life. The unyielding determination is expressed through her solemn tone.7)
Darkness, pain and death are the key aspects of her poems. But graves that used to be described as a dark image is now portrayed as something inherently vital in Ddaddeuthan heul (따뜻한 흙 Warm Earth) where death is not simply the end of life but something stimulating life. This transformation resulted from her new awareness of selfdom. In “Supui hyusik (숲의 휴식 Rest of the Forest)” and “Gayahal got (가야할 곳 The Place I Should Go),” opposite things such as light and darkness and flower and root coexist, and contradictions become identical.9) The form of prose highlighted in her earlier poems has been changed into the poetic form.
Her poetry world has stretched from her focus on the self and the inner world to the other and the outer world. Saengui bitsal (생의 빛살 Light of Life) (2010) shows her compassion to others who are sick and distressed through the sixth sense. Particularly, “Gieokui simcheung (기억의 심층 The Depth of Memory)” illustrates the narrator who finds her old self through flowers, trees, cats and strangers and who shares pain and sadness with others.10) Yeop baljaguk (옆 발자국 Footprints Next to Me) (2018) shows the journey of understanding life by looking into the destiny of human beings that past memories inevitably encounter forthcoming death at this very moment. Well illustrating attention to others, empathy of sorrow, and warm concerns for neighbors, poems in this collection are considered “the steps or footprints moving toward life, not death, despite the awareness of the close relation between life and death.”11)
Works
1) Poetry Collections
《사랑의 위력으로》, 민음사, 1991 /Sarangui wiryeokeuro (With the Power of Love), Mineumsa, 1991.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민음사, 1991 (2007년 개정판) / Ddangeun jugeomeul horakhorak badajuji anneunda (The Land Does Not Easily Accommodate Dead Bodies) Mineumsa, 1991 (Revised Edition in 2007)
《무덤을 맴도는 이유》, 문학과지성사, 1996 / Mudeomeul maemdoneun iyu (The Reason for Lingering around Graves), Munji, 1996.
《따뜻한 흙》, 문학과지성사, 2003 / Ddaddeuthan heul (Warm Earth), Munji, 2003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사, 2010 / Saengui bitsal (Light of Life), Munji, 2010.
《옆 발자국》, 문학과지성사, 2018 / Yeop baljaguk (Footprints Next to Me), Munji, 2018.
2) Essays
《벼랑에서 살다》, 마음산책, 2001 / Byerangeseo salda (Living on the Cliff), Maeumsanchaek, 2001.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샘터사, 2004 / Uriga saranghaeya haneun geotdeule daehayeo (To Things We should Love), Saemteosa, 2004.
《조용한 열정》, 마음산책, 2004 / Joyonghan yeoljeong (Quiet Passion), Maeumsanchaek, 2004.
《낯선 길로 돌아오다》, 랜덤하우스, 2009 / Natseon gillo dolaoda (Returning on an Unfamiliar Road), Random House, 2009.
《마음이여, 걸어라》, 푸른숲, 2011 / Maeumiyeo geoleora (My Heart, Walk), Pureunsup, 2011.
《또또》, 로도스, 2013 / Ttotto (Ttotto), Rodos, 2013.
《벽강 전숙희》, 한겨레출판사, 2016 / Byekkang jeonsukhui (Byekkang Jeon Sukhui), Hankyoreh, 2016.
3) Children’s Books
《햇볕 따뜻한 집》, 창비, 1999 / Hatbyet ttatteuthan jip (House
《빈방들》, 열림원, 2003 / Binbangdeul (Empty Rooms), Yeolimwon, 2003.
《동생》, 푸른숲, 2003 / Dongsaeng (Sibling), Pureunsup, 2003.
《다락방의 괴짜들》, 문학과지성사, 2005 / Darakbangui goijjadeul (Weirdos in the Attic), Munji, 2005.
《으뜸 누리》, 도깨비, 2006 / Eutteum nuri (The Best World), Doggabi, 2006.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사계절, 2012 /Yetnalcheoreom sala bwateoyo (I Lived Like in Old Days), Sagyejeol, 2012.
《힐링 썰매》, 문학과지성사, 2016 / Hiling sseolmae (Healing Sled), Munji, 2016.
Awards
2014, Jeon Sukhui Literary Award (Ttotto)12)
References
1) This poem is the first piece of the first poetry collection, With the Power of Love.
2) Oh Kyuwon, Wikipedia https://ko.wikipedia.org/wiki/오규원 (September 16, 2019)
3) Kim, Jiyul. “Poets Plaza [84], Interviews with Poets [9] Hope to Meet you on the Cliff, Interview with Jo Eun”
https://blog.naver.com/w_wonho/221023141697 (September 16, 2019)
4) “Jo Eun’s Walking in the City” Munhwa Ilbo
http://www.munhwa.com/news/series.html?secode=2187 (September 16, 2019)
5) The Reason for Lingering around Graves, Naver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31867 (September 16, 2019)
6) Oh, Kyuwon. “Water and the Cliff,” With the Power of Love, Mineumsa, 1991.
7) Park, Hyekyeong. “Strong Determination and Transparent Naivety – Recent Poems of Jo Eun and Ham Minbok,” Literature and Society, 10 (1), Munji, 1997.
8) Jo Eun says in her essay, Living on the Cliff, “The reason I like the form of graves and I often visit them is because I want a life that can be earned only through death, that gets more intensive. For those who left this world, graves mean death but for those who are alive, graves are something that stimulates a life.”
9) Choi, Hyeonsik. “[Review] Root of Light or Light of Root – Jo Eun, Warm Earth.” Literature and Practice, February, 2004.
10) Lee, Sujeong. “[Poem] Empathy, the Sixth Sense That Is Tiring Yet Beautiful – Jo Eun’s Poetry Collection, Light of Life.” Literature and Society, 23 (2), Munji, 2010.
11) Oh, Saenggeun. “Poem on the Cliff and Border.” Footprints Next to Me, Munji, 2018.
12) “Jo Eun, Winner of Jeon Sukhui Literary Award.” Hankyoreh, September 30, 2014.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57612.html (September 16,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