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시인, 사회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복거일의 첫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 대체역사소설인 『비명을 찾아서』를 통해 색다른 장르들을 한국에 본격 소개하며 문학적 지평을 넓혀왔던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과 가족 구성을 배경으로 한 「서울, 2029년 겨울」, 지놈Genome의 합성 문제를 다룬 「꿈꾸는 지놈의 노래」,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영생의 꿈을 실현한다는 「기적의 해」 등 그의 탁월한 과학적 지식과 과학소설에 대한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복거일 작가의 진가를 더욱 확연히 드러내는 것은 그의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서정성이다.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면모라든가 옛 연인을 잊지 못하면서도 가혹한 운명의 굴레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화자들의 모습은 불행의 단면을 보여주기보다 차라리 행복한 추억으로서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1987년 『비명을 찾아서』 발표 이후 21년 동안 단 한 권의 소설집도 엮은 바 없었던 복거일 작가가 처음으로 출간한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는 그의 문학이 디딘 족적과 세계관, 그리고 미학적 측면으로서의 문학관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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