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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8 je9hoe jeoleunjakgasang susangjakpumjip
Korean(한국어) Printed/Published WorkPark Min-Jung et al / 박민정 et al / 2018 / -
“일곱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한국소설의 멋진 태피스트리!” 2010년에 제정되어 해를 거듭할수록 문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올해로 9회를 맞았다. ‘등단 10년 이하의 신예 작가들이 써낸 작품 중 가장 빼어난 일곱 편의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은 이제 한국소설의 현재를 가늠하게 하는 공신력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잡았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는 박민정 임성순 임현 정영수 김세희 최정나 박상영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 작가인 임현을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명의 작가들은 젊은작가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아직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신예들의 탁월한 작품을 동시대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어느 해보다 이채로운 이 목록을 통해 우리는 한국소설의 내일을 담당할 일곱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찬연한 태피스트리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source: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9507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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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hanjeonghuiwa na
Korean(한국어) Printed/Published WorkLee Kiho et al / 이기호 et al / 2018 / -
수상작,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 ‘웃기는’ 작가 이기호, 더 깊어진 시선으로 세상의 고통을 담담히 그리다!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한정희와 나」는 소설가인 ‘나’의 눈으로 바라본, 아내의 먼 친척뻘이자 딱한 사연을 갖고 나의 집에 얹혀 살게 된 초등학교 육학년 ‘한정희’에 대한 이야기다. 허허실실 ‘웃기는’ 이야기꾼으로 먼저 알려졌던 작가는 더욱 깊어진 시선과 담담한 문체로 한 인간으로서나 작가로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 이해와 공감, 위로의 한계를 털어놓는다. 나의 아내는 어린 시절 집안이 기울면서 ‘마석 엄마아빠’라고 부르던 선량한 부부의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들에게 원래 부모에게서보다 더 따뜻하고 편안한 보살핌을 받았던 아내는 그들이 훗날 입양한 아들의 딸인 한정희를 잠깐 맡자고 제안한다. 정희의 아빠는 감옥에 갔고 이혼한 엄마는 소식이 요원하며 조부모인 마석 엄마아빠는 늙고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방탄소년단’ 사진과 립밤과 로션과 교과서를 꺼내 놓는 정희에게서 아내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마음 아파하고, 나를 ‘고모부’라고 부르는 정희와 차츰 가족처럼 익숙해진다. 그러나 이내 정희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학폭위’에 회부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정희를 보면서 나는 이전의 연민과 환대를 거둬들이고 만다. 정확한 실패라는, 가장 절실한 문학의 윤리 “작가로 십오 년 넘게 살아오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쓰려고 했던” 나이지만 한정희를 온전히 보듬거나 완전히 이해하는 데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 소설은 그 실패의 기록이다. 「한정희와 나」의 화자인 소설가 ‘나’와, 작가 이기호를 분리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또 작가로서 부딪히는 ‘사람, 환대’의 한계에 대한 나의 토로는 곧 작가 이기호의 솔직한 고백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숙련된 배우와도 같아서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그릴 때도 다음 장면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또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게 잘 되지 않는 고통…… 어느 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란 오직 그것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쩐지 내가 쓴 모든 것이 다 거짓말 같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해서 쓰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쓰는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여러 편 써왔다. _「한정희와 나」 중에서 그러나 이때의 실패를 패배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정확한 실패는 가장 절실한 문학의 윤리”다.(심사평) 나와 네가 누구든, 어떤 곳에서 어떻게 만났든, 너를 향한 나의 어쭙잖은 연민이나 서투른 위로는 자주 더 큰 상처가 되고 말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불가능성을 인지할 때, 실패를 부인하지 않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의 드문 여지를 작가는 씁쓸한 고백 가운데서도 남겨두려는 듯하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가 이기호 작가의 자선작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불쌍하지만 불편한’ 타인과 ‘나,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불쌍하지만 어딘지 조금 이상한 권순찬이라는 남자가 불쑥 나타나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은 그를 가엾어 하며 도우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착한 사람들의 온정이라는 게 결국 눈앞의 불편한 존재를 치워버리고 싶은 바람이나, 상대를 대상화하는 독선적인 시혜는 아니었는지 작가는 묻는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_「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중에서 작가의 실패에 대한, 그러나 패배는 아닌 고백을 어떤 위안으로 받아들일지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정확한 실패는 가장 절실한 문학의 윤리다. 치열한 무력감을 통해 문학의 실체와 미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학적 증언을 듣고 난 후 상처받을 권리와 위로해줄 의무는 이제 독자들에게 있다.”(심사평) 수상 후보작 8편 여성, 혐오, 청년, 재난… 소설, ‘침묵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다 나머지 8편의 후보작들도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사건과 치밀하게 연결지어 파고든다. 특히 수상작 「한정희와 나」를 포함해 ‘아이’를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로 등장시키거나 나아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세대가 당사자로서나 간접적으로 겪는 냉혹한 세상을 배경 삼는 작품이 많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권여선 작가의 「손톱」은 기댈 가족 없이 혼자이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20대 초반의 ‘저학력?저임금?비숙련 여성 노동자’를 등장시켜 비참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되기 힘든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물류 정리를 하다 다쳐 붉게 멍든 주인공 ‘소희’의 손톱은 노동의 열외지대 혹은 가장 열악한 사각지대에서 마땅히 표출할 곳 없이 내면에 꾹꾹 응축한, 청년의 울분과 상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지난해 국내 최초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에 참여한 구병모, 최은영 작가는 이번에도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타인에 대한 무례한 관심과 가부장적 질서를 작동 원리로 삼는 마을에 내던져진 임신 여성의 이야기인 구병모 작가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와, 초등학생 시절 친구에 대한 기억을 통해 ‘아들중심주의’와 가정폭력을 폭로하는 최은영 작가의 「601, 602」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중심문화와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기준영 작가의「마켓」과 박민정 작가의「바비의 분위기」 역시 각각 무책임하거나 무례한 주변인들에게 둘러싸인 유산한 여성과, 사촌오빠의 여성혐오 범죄를 목격하며 자신도 주변 남성에게 위협을 느끼는 대학원생을 통해 여성이 처한 위태로운 위치와 혐오 문제를 비튼다. 사회적 재난으로 어린 자녀를 잃고 이민을 떠난 유가족의 아픔에서 출발한 김경욱 작가의 「고양이를 위한 만찬」, 이른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노인혐오 문제를 소재로 삼으면서 나의 자녀라 할지라도 알 수 없는 타인의 이면을 의심하는 김애란 작가의 「가리는 손」, 군대 내 폭력과 산업재해 피해자 문제를 등장시켜 반성하거나 책임질 줄 모르는 가해자를 묘사한 편혜영 작가의 「개의 밤」 등 8편의 소설은 모두 “침묵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면서 개인과 사회를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만삭의 임신부이자 이른바 ‘경단녀’인 ‘정주’는 교사인 남편의 전근으로 갑작스레 시골로 이사 간다. 남에 대한 무례한 관심과 지나친 간섭, 외부인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으로 가득 찬 분위기에 정주는 숨이 막힌다. 남편은 그런 그녀를 오히려 비난한다. 마을은 합리적인 삶의 방식이 되려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런 어르신에게 ‘여자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아이들이 태어날 거라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거나,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요’ 같은 최소한의 이유를 첨언해보았자 좋을 일은 없다는 걸 정주는 익히 알고 있었다. _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중에서 권여선, 「손톱」 스물한 살 ‘소희’는 쇼핑몰 안 신발 가게에서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아 근근이 살아간다. 아빠는 처음부터 없었고, 엄마는 소희가 중학생이던 때 집 보증금과 소희의 언니 ‘본희’ 명의로 대출받은 돈을 갖고 도망갔고, 얼마 전에는 본희마저 엄마와 같은 방식으로 소희를 떠났다. 월급 백칠십 만원 가운데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얼마나 더 모으면 빚을 갚을 수 있을지 희망 섞인 계산을 하다 월세와 보증금이 그사이 오를 수 있다는 공포에 소스라치는 소희의, 폭발 직전의 고단함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가가 이글이글 달아오른다. 뭔가 또 퍽 터질 것만 같다. 언니가 사라졌을 때도, 손톱이 깨졌을 때도, 소희는 이렇게 뭔가로 가득 차서 터질 것 같았다. 무섭다. 소희를 이렇게 두면 안 되는데, 이렇게 혼자 놔두면 안 되는데.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어쨌다고? 내가 뭐? 내가 뭘? 뭘? 뭘? _「손톱」 중에서 기준영, 「마켓」 시연은 임신 칠 주 만에 아이를 유산한다. 남편 지섭은 유산 사실은 비밀로 한 채 임식 소식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알려 소원한 고부를 엮으려 하지만 시연은 그 사실이 딱히 놀랍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백화점 매장 직원이었던 시연의 예전 직업과, 사돈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으려 하는 시연의 부모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어머니 앞에서 시연은 그저 졸립다. 시연은 막연히 이혼을 생각한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피, 유전자 정보 속에 이 삶이 살 만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내용들이 흘러 다녔을 것이고 아이는 선언을 했다고. 난 여기서 내릴 겁니다. 어머니 다음 생에서 만나요. _「마켓」 중에서 김경욱, 「고양이를 위한 만찬」 미국에 이민 온 지 이십 년은 훌쩍 넘은, 아마도 지금은 이혼을 한 것으로 짐작되는 노부부의 저녁 시간. 식사를 준비하는 부인의 불만 가득한 푸념 속에서 이들이 왜 이민을 오게 됐는지, 이민자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남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조금씩 드러난다. “현장체험학습만 안 갔어도, 컨테이너에서 자고 있지만 않았어도, 소방차만 제때 도착했어도, 탈출하라는 안내만 있었어도, 저기 앉아서 내가 만들어준 잡채를 입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하고 있겠구나. 오물오물하면서 엄지를 척 들어보였겠구나. 그러면 ‘천천히 먹어, 내 새끼’ 하고 말해줬을 텐데.” _「고양이를 위한 만찬」 중에서 김애란, 「가리는 손」 ‘나’는 이혼 후 아들 ‘재이’와 단둘이 산다. 동네 청년들이 노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SNS로 퍼지면서, 인형뽑기 놀이를 하다 화면 한구석에 찍힌 재이도 조사를 받는다. 나는 (외국인으로 암시되는)아빠를 닮은 외모로 편견을 받는 재이가 폭행을 목격한 충격과 괜한 오해에 상처받지는 않았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입을 가리는 손이, 놀람이 아니라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긴 건 아닐지 의심이 든다.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왕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_「가리는 손」 중에서 박민정, 「바비의 분위기」 대학원생 유미는 도서관에서 ‘높은 확률로’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종일 축구 경기나 연예 뉴스를 보는 남자에게 기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유미는 사촌오빠와 친남매처럼 각별한 사이지만, 짝사랑이란 허울로 같은 대학교 학생인 여성을 스토킹하면서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모욕적인 편집 사진을 유포한 오빠를 이해할 수 없다. 오빠와 유미 옆자리 남자의 모습이 교차된다. 오빠의 가장 큰 잘못에 대해 유미는 기억했다. 그녀의 PC통신 아이디를 해킹해서 그녀의 사적인 기록을 훔쳐보고, 졸업을 목전에 둔 그녀에 대한 악질적인 소문을 퍼뜨렸다는 걸 유미는 기억하고 있었다. 온통 수재들이라는 그 학교 학생들은 왜 고작 그런 소문 때문에 그녀를 비웃었다는 걸까. _「바비의 분위기」 중에서 최은영, 「601, 602」 ‘나(주영)’는 여덟 살 무렵 옆집에 살았던 친구 ‘효진’과 그의 가족을 회상한다. 똑똑하고 쾌할한 효진이었지만, 사실은 예의바른 모범생으로 소문난 다섯 살 위 오빠 ‘기준’에게 거의 매일 심각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효진의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오빠가 동생 버릇 잡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아하고, 나의 부모님도 남의 일이라며 신경을 끄라고 말한다. 기준은 아랫사람 대하듯 자기 엄마에게 충고를 늘어놓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내 눈에는 그가 마치 작은 효진이 아빠처럼 보였다. 효진이 아빠도 효진이 엄마에게 그렇게 소리치곤 했으니까. 그럴 때면 효진이 엄마는 아들의 기분을 살피며 머쓱한 웃음을 짓곤 했는데 그 이상한 웃음이 아들에 대한 노골적 굴종의 포즈라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이해하게 된다. _「601, 602」 중에서 편혜영, 「개의 밤」 ‘김’은 장인의 회사에 다니면서 산업재해 피해자나 유가족과 ‘협상’하는 일을 전담으로 맡고 있다. 유학 생활을 하다 군대에 간 김의 처남이 가혹행위를 저질러 누군가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처남을 두둔하며 ‘유족들이 돈을 뜯으려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하며 김에게 처벌을 줄이기 위한 탄원 서명을 받아오라고 종용한다.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도, 더한 일을 겪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폭행한 것은 처남의 선택이었다. 과거와 상관없이 처남은 후임을 폭행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후임과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둘 중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선택해서 지금에 이른 것뿐이다. _「개의 밤」 중에서 source: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8096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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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ihyoseongmunhaksang susangjakpumjip 2020
Korean(한국어) Printed/Published WorkChoe Yun et al / 최윤 et al / 2020 / -
제2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소개 김금희 「기괴의 탄생」 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것처럼 보이다가 스승의 불륜과 이혼을 계기로 점점 멀어져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잃고 얻는 것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학생과 불륜을 저지른 스승에 대한 원망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스승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만다. “선생님, 걔하고 잤어요?” 돈독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단번에 냉각시킨 이 문장은 스승에 대한 기대와 원망과 미련이 모두 섞인 가슴 시린 문장이기도 하다. 여전히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계속되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공감의 기운은 사라져버린 그 틈새로 세련되고 지적인 리애라는 존재가 끼어든다. 김금희는 관계의 파국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최첨단 현미경처럼 극대화시켜 ‘나’의 상처가 벌어진 틈새로 ‘기괴한 세상’의 진실이 쏟아져 들어가는 순간의 고통을 명징하게 그려냈다.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 후암동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불우한 유년의 기억을 복원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오래된 옛집의 쇠그릇에서 나던 비릿한 냄새는 모든 슬픔을 여성들이 도맡아 견뎌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소환한다. 프랑스 입양아 ‘야엘 나임(강장희)’은 ‘나’의 사촌이지만 어린 시절 여동생과 함께 입양되었기에 함께 자랄 수 없었다. 큰아버지의 딸 야엘이 남동생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봉인되었던 트라우마의 자물쇠는 뜻하지 않게 풀려 버린다. 장희, 장선, 장훈 삼남매 중 장희와 장선이 프랑스로 입양된 반면 장훈은 남자라는 이유로 입양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직접 지시하여 손녀들이 해외로 입양된 비극적인 가족사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들이 모든 고통을 떠맡아야 하는 불합리한 사회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광복 전에 지어진 일본인 소유의 신세이다이 가옥은 지긋지긋한 가족 내의 학대와 차별의 기억으로 얼룩진 트라우마의 장소다. 남성들이 무능하거나 부재한 상태에서 할머니가 가부장제의 대리 주체가 되어 딸들을 구타하고 멸시한 장소로서 이 부암동의 적산가옥은 트라우마의 ‘흔적’을 품은 장소로서 재소환된 것이다. 그러나 조부모-부모-나에 이르는 3세대의 이야기는 ‘나’와 입양아 장희를 통해 열린 결말로 갈무리됨으로써 윗세대보다는 훨씬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오늘날의 여성들에 향한 연대와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 안정된 생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끝없이 떠돌거나 도망치는 남성들의 이야기다. 엄청난 규모의 탈루와 횡령을 저지르고 빚에 내몰린 처지이면서도 벤츠 S클래스를 당당히 신차로 뽑는 아버지는 ‘나’에게 돈을 구하러 와서도 결코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며 ‘가오’를 중시한다. 약물에 중독된 ‘애인 원모’는 월세 이백짜리 방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으면서도 걸핏하면 종적을 감추어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나’는 간신히 ‘직장’과 ‘글쓰기’라는 생의 소중한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뿌리 뽑힌 삶의 주인공인 ‘아버지’와 ‘애인’의 존재가 그에게는 항상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뿌리칠 수 없고, 원모를 여전히 좋아하는 ‘나’는 “결국에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수챗구멍”같은 인생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퀴어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오토픽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박상영 소설에서 나타나는 남성-연인은 겉으로는 관계를 망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나’의 삶을 정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에게 결코 이롭지 않은 존재이지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불가피한 사랑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박상영 소설은 ‘사랑’의 본질을 묻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신주희 「햄의 기원」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마저 스스로 선택하는 예술가들의 고군분투를 형상화한다. ‘햄’은 자신의 죽음마저 예술의 일부이자 작품의 형식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이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나’의 대학 동기 ‘햄’은 자신의 삶마저 가볍게 예술로 승화시켜버렸지만, ‘나’는 불안정한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생활인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적인 선택을 한 ‘나’야말로 햄의 예술가형 삶과 죽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의 반인반수 케이론처럼, 햄은 정말 반은 인간이고 반은 말(馬)인 존재가 되려 했고 그런 그의 목숨을 건 기행(奇行)은 그 자체로 예술로 승화해버린 것이다. ‘나’는 햄의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그를 지상의 가치와 공존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향해 자신을 던지도록 했음을 깨닫는다. 예술가로 순교한 ‘햄’과 생활인으로서 정착한 ‘나’ 사이, 그 두 극단 사이에서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화 씨’가 등장하여 질문을 던진다. 피카소의 큐비즘처럼 보이는 것 외에 또 다른 것이 동시에 보인다고 호소하는 ‘화 씨’의 고통을 끌어안으며, ‘나’는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자신의 삶에서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최윤 「소유의 문법」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을 묵묵히 응시하는 작품이다.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며 목수의 꿈을 키워가는 ‘나’는 은사 P의 권유로 시골마을의 저택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외국에 거주하는 P는 시골마을의 저택을 관리해줄 사람을 필요로 했고, 마침 ‘나’는 걸핏하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는 딸의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요양의 공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나’는 은사 P의 저택에서 아이와 평화롭게 지내던 중, 마을 주민들이 P의 다른 제자 장에게 집의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하라는 황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과 상관없는 자리에서 홀로 우주와 소통하듯 즐겁게 지내는 딸은 가끔 ‘비명’을 통해 이 견딜 수 없는 불합리를 저 먼 곳을 향해 고발하는 듯하다. ‘나’는 딸의 비명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산골마을에서의 조용한 삶이 딸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음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동아가 숲속이나 산책길에서 그날 주운 물건에 집중하는 시간 나는 나무들을 유심히 살핀다.”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자연의 사물들에 조용히 집중하는 딸의 행동이야말로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은 채로 행복을 느끼는 낙원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집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주인을 몰아내기 위한 기이한 협잡을 벌이는 동네주민들에게 물난리와 산사태가 덮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지만, 그 여름 ‘소유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하며 서로 싸우던 어른들의 떠들썩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딸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소유권’에 집착하며 집주인을 내쫓는 공작을 벌이는 동안, ‘자연’이라는 그 누구의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조용히 경외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나’와 딸은 그 여름 훌쩍 성장하고 치유되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진영 「유진」 생일날 들은 동명 언니의 부음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어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주는 ‘유진’의 이야기다. ‘나’와 같은 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언니는 ‘나’의 20대 시절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던 레스토랑의 매니저였다. 유진은 지하방에 살면서도 일요일마다 레스토랑의 아르바이트생들을 집에 초대하여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나’의 가난이 환경 때문이었다면 ‘유진 언니’의 가난은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부잣집을 박차고 나와 홀로 독립하여 가난을 선택한 유진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편안함보다 자유를 택한 언니의 진심을 이해한다. 작가를 꿈꾸었지만 자신의 재능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를 향해 유진은 따스한 연대감을 표현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두 유진의 이야기는 소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 여기’에서 여전히 멈추지 않은 우울과 젊음과 희망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유진 언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살아남은 유진은 죽은 유진의 기억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복원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변신하고 있다. source: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246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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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mellangkolli haepiending
Korean(한국어) Printed/Published WorkKang hwa gil et al / 강화길 et al / 2019 / -
일상이라는 커튼이 휙 젖혀질 때 번쩍, 비춰 보이는 짧고도 강렬한 ‘생의 맛’ 한국대표작가 29인의 박완서 작가 콩트 오마주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소설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들려주는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그가 41년의 문학 생활에 걸쳐 늘 관심을 두었던,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읽고 써낸 결과물이다. 굴곡진 이야기 마디마디에 웅숭깊은 성찰을 담아냈던 고인의 문학 정신에 값하고자 후배 작가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답신과도 같은 것이다. 최수철, 함정임, 조경란, 백민석, 이기호, 백가흠, 김숨, 윤고은,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박민정 등 관록 짙은 중견작가에서부터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소설가 29명이 바로 그 편지의 발신인들이다.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8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그가 남겨준 문학의 유산을 기리며 이토록 풍성한 소설을 쓸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되고, 그가 한국문학의 큰 축복이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후배 문인들이 다시금 고인을 기억하고 나아가 잊지 않기 위해 택한 저마다의 방법을, 박완서 작가라는 교집합에 둘러앉은 풍요롭고 다채로운 얼굴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 source: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884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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