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석(소설가)
1. 도입부
정비석(1911~1991)은 한국의 소설가이다. 해방 이전에는 <성황당>(1937) 등의 단편소설로 이름을 알렸고, 해방 이후에는 《자유부인》(1954) 등의 대중적인 연애소설과 《소설 김삿갓》(1988) 등의 역사소설을 다수 창작하였다.
2. 생애
1911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났다. 무역업을 하던 할아버지의 덕으로 풍족한 생활을 했다. 신의주중학교에 입학하여 문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과 함께 독서회를 조직했다. 1927년 중학교 4학년 때 독서회 활동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걸려 1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출소 뒤 몇 편의 습작을 소설가 김동인에게 보내 격려를 받았다. 이에 고무되어 일본으로 유학, 1929년 니혼대학 문과에 입학했다.
1932년 일문 소설 <朝鮮の子供から日本の子供たち(조선 아이로부터 일본 아이에게)>가 대학신문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집안에서 원하던 법과가 아닌 문과 대학에 다니던 것이 발각되어 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하여 박정순과 결혼했다. 단편소설 <졸곡제>(1936), <성황당>(1937)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징용을 피하기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사에 입사했다. 같은 해 10월 조선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육군지원병 훈련소의 1일 행사에 참가하고, 소감문 「반도민초(半島民草에 일시동인(一視同仁)」을 『삼천리』에 발표했다.1) 일제 말기에는 일본의 ‘동아협동체론’2)을 옹호하는 친일 평론을 다수 발표했으며, 일본의 전체주의적 이념이 표현된 〈조국으로 돌아가다〉 등 8편의 일본어 소설을 발표했다.3)
해방 후 북쪽이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토지를 몰수당하고 가족들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 정착했다. 풍족했던 이전과 달리 이 시기부터 10명이 넘는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다.4)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종군 작가단에 합류했다. 1951년 1‧4후퇴 때 대구로 피신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구에서 신문 연재소설을 집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1954년 장편소설 《자유부인》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소설가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까지 신문 연재를 가장 많이 한 작가로 기록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연애소설뿐만 아니라 《노변정담》(1967), 《명기열전》(1977) 등의 역사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1983년 출간된 《소설 손자병법》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초한지》(1984), 《소설 김삿갓》(1985) 등을 성황리에 연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88년 절필을 선언했다. 1991년 숙환으로 사망했다.
3. 작품 세계
정비석은 해방 이전에는 단편소설 <성황당>(1937) 등 순수문학 계열의 작품을 주로 발표했고, 해방 이후에는 장편소설 《자유부인》(1954) 등 대중적인 취향의 연애소설을 많이 썼다. 1970년대 이후에는 《명기열전》(1977), 《소설 손자병법》(1983) 등의 대중적인 역사물을 다수 창작했다.
해방 이전
해방 이전 정비석의 소설은 주로 남녀 간의 애욕 문제를 다루면서 시대적, 윤리적 감각을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5)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단편소설 <성황당>(1937)은 깊은 산골에서 성황신을 믿으며 자연의 일부로 살던 순이와 현보 부부의 수난사를 그렸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성적 묘사가 여러 번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 나타난 성과 관능은 주인공들의 자연친화적인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6)
해방 이후 - 대중문학
해방 이후 정비석은 수십 권이 넘는 장편소설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에로티시즘에 능한 통속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7) 그러나 한국 출판 역사에서 처음으로 10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올린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은 단순한 통속소설의 차원을 넘어 195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자유부인》은 대학 교수의 아내가 사교 댄스에 빠져 남편의 제자, 친구의 남편 등과의 은밀한 만남을 통해 ‘사회적 일탈’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당시 유행하던 댄스, 계, 양품점과 같은 다양한 부인 문화를 다루면서 연애와 성이라는 소재를 통해 기존의 윤리적 가치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방 이후 - 역사소설
정비석은 1974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명기열전〉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소설을 창작했다.8)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소설 손자병법》(1983)은 《소설 초한지》(1984)와 더불어 중국의 고전 대중 역사물을 소설 형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명장 손무와 그의 손자 손빈, 호걸 오자서와 경국지색 서시, 복수의 칼을 가는 5패 16국의 제왕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발간 이후 3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4. 주요 작품(Works)
1. 장편소설
《청춘의 윤리》, 매일신보사, 1944.
《고원》, 백민문화사, 1946.
《고향의 봄》, 창조사, 1951.
《애정무한》, 창조사, 1951.
《청춘산맥》, 문성당, 1951.
《도회의 정열》, 평범사, 1952.
《여성전선》, 한국출판사, 1952.
《애련기》, 보문출판사, 1953.
《자유부인》, 정음사, 1954.
《장미의 계절》, 대조사, 1954.
《번지 없는 주막》, 향문사, 1954.
《세기의 종》, 세문사, 1954.
《호롱불》, 동아문화사, 1954.
《황진이》, 정음사, 1955.
《민주어족》, 정음사, 1955.
《월야의 창》, 정음사, 1955.
《홍길동전》, 학원사, 1955.
《연산군》, 정음사, 1956.
《여성의 적》, 정음사, 1956.
《산유화》, 여원사, 1956.
《낭만열차》, 동진문화사, 1957.
《모색》, 범조사, 1957.
《슬픈 목가》, 춘조사, 1957.
《야래향》, 문성당, 1957.
《유혹의 강》, 신흥출판사, 1958.
《사랑의 십자가》, 삼중당, 1959.
《화혼》, 삼중당, 1959.
《꽃모습》, 홍익출판사, 1960.
《연가》, 삼중당, 1960.
《비정의 곡》, 삼중당, 1960.
《노변정담》, 대한일보사, 1967.
《삼국지》, 학원장학회, 1968.
《욕망해협》, 노벨문화사, 1971.
《노변정담》(전10권), 노벨문화사, 1971.
《이조여인사화》, 정음사, 1976.
《명기열전》, 이우출판사, 1977.
《에덴동산의 길은 아직도 멀다》, 회현사, 1978.
《퇴계소전》(전기), 퇴계약 연구 후원회, 1978.
《민비》, 범우사, 1980.
《소설 손자병법》, 고려원, 1983.
《소설 연산군》, 고려원, 1984.
《소설 초한지》, 고려원, 1984.
《파랑새의 꿈》, 금성출판사, 1984.
《소설 홍길동》, 고려원, 1985.
《현부열전》, 정음사, 1985.
《민비전》, 고려원, 1987.
《소설 김삿갓》, 고려원, 1988.
《미인별곡》, 고려원, 1989.
《여인극장》, 고려원, 1993.
《소설 명성황후》, 고려원, 1995.
《명성황후》, 범우사, 2001.
《초한지》, 범우사, 2003.
《손자병법》,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의적 일지매》, 창해, 2008.
《홍길동》, 열매출판사, 2008.
2. 단편소설집
《성황당》, 금륭도서, 1948.
《색지풍경》, 한국출판사, 1952.
《서북풍》, 보문출판사, 1953.
《인생 제1과》, 춘조사, 1959.
《인간실격》, 정음사, 1962.
《에덴은 아직도 멀다》, 1962.
《성황당》, 맑은소리, 2000.
《성황당 외》, 범우사, 2003.
3. 평론 및 수필
《소설작법》, 신대한도서, 1949.
《작가수업》(수필집), 수도문화사, 1951.
《비석문학독본》, 글벗집, 1955.
《산정무한: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휘문출판사, 1963.
《여인백경》, 정음사, 1964.
《소설작법》, 은조사, 1966.
《나비야 청산가자》, 신원문화사, 1988.
《산정무한》, 범우사, 2005.
4. 기타
《검둥이의 설움》(번역서), 동명사, 1950.
《명사서한문집》(서한집), 동문사, 1950.
《춘희》(번역서), 문성당, 1951.
《제2의 찬스》(번역서), 정음사, 1953.
《걸리버 여행기》(번역서), 1954.
《철가면의 비밀》(번역서), 1954.
《이든 회고록》(번역서), 1961.
《살아가며 생각하며》(수상집), 1979.
《퇴계일화선》(사화집), 퇴계학 연구 후원회, 1980.
5. 번역된 작품 Works in translation
6. 수상내역 Awards
1988년 보관문화훈장(3등급) 수훈9)
7. 참고 문헌 (References)
[네이버 지식백과] 정비석 검색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47181&cid=46645&categoryId=46645
1938년 일본의 고노에 수상이 제안한 것으로, 동아시아의 영원한 안정을 확보하고 동아시아가 협력하여 세계사에 새로운 질서를 동아협동체 건설을 목표로 한다.
진영복, 〈일제 말기 근대 초극의 열망과 미학의 양상-정비석의 일본어 소설과 조선어 소설을 중심으로〉, 《우리문학연구》 56, 우리문학회, 2017.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259266
정인관, 〈기록과 기억을 통한 만남, 나의 할아버지 정비석〉, 《정비석 문학 선집 1》, 소명출판, 2013.
김현주, 〈정비석 단편소설에 나타난 애정의 윤리와 주체의 문제〉, 《대중서사연구》 17(2), 대중서사학회, 2011.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783098
김현주, 〈정비석 초기소설에 나타난 애정의 윤리와 주체의 문제〉, 《정비석 문학 선집 1》, 소명출판, 2013.
정종현, 〈미국 헤게모니하 한국문화 재편의 젠더 정치학-1940~1950년대 정비석 대중소설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연구》 35,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2008.
김병길, 〈정비석 대중문학의 또 다른 지평으로서 역사문학 - 장르별 계보와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17(2), 대중서사학회, 2011.
[나무위키] 문화훈장 https://namu.wiki/w/문화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