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시인)
1. 도입부
김근(1973~)은 한국의 시인이다. 1998년 시 〈이월〉 외 네 편으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이 되었다.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을 가진 언어,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다.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2005) 등이 있으렴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였다.1)
2. 생애
1973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문학동네》에 〈이월〉 외 4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고 2014년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불편 동인’은 2002년에 결성되었고 ‘불편’은 이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세상에 대해 불편하고, 시인으로서는 기존의 문학 제도에 대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80년대 시인들이 이념과 운동을 위해 모였다면, 2000년을 전후해 등단한 어디 기댈 데 없는 시인들끼리 문학적 소통을 위해 결성한 동인이다.2)
그가 처음 기형도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기형도의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을 통해서이다. 그 시절부터 문학 소년이었던 김근은 기형도의 산문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고 특히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요절한 시인이라는 점과 산문집 표지의 사진이 영정사진처럼 느껴졌던 데에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을 가중시켰던 것은 전교조3) 상처를 가슴에 고스란히 간직해야 했던 그 세대는 고삼이라는 이유로 그 사건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런 마음의 불편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기형도의 산문집이었다. 자율학습까지 끝내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찬 독서실에 돌아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형도의 산문집을 펼쳐드는 것이었다.4) 그렇게 그는 고삼시절을 보냈다.
시인으로 데뷔한 후에도 그에게서 가장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일이었다. 즉 밥벌이를 위해 살아가는 시간이 시를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늘 시를 생각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을 마치고 시를 쓰기 위해서는 모드 전환이 필요했고, 그럴 때면 아무 책이나 여러 권 펼쳐놓고 마구잡이로 읽는다고 한다. 시인들에게 있어서 한 권의 시집의 간행은 하나의 세계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다른 시집의 계획은 곧 다른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다음 시집을 위해서는 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데뷔 20년 차, 어느덧 중견시인이 되어있는 그가 최근에 생각하는 시라는 것은 언어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5)
중앙대, 동덕여대 등에 출강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문창과 박사과정에 진학하였다.
3. 작품 세계
산문시와 이야기성
김근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산문체 형식이다. 그의 시는 단정하고 세련된 전통적인 단형서정시가 지향하는 유기적 통일성이나 구조적 완결성에 대해 그리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밝기보다 어둡고 가볍고 선명하기보다는 무겁고 불투명하며 짧고 간결하기보다 길고 난삽하다.6) 김근의 시는 시적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작법에서도 전통적인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대개의 시들은 전통적인 발화법인 1인칭의 화법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반해 김근은 관찰자 시점의 짧은 이야기를 짓듯 시를 쓴다. 이 관찰은 시에 기본적인 거리감을 형성하게 하고 이는 독자들 역시도 시의 이미지에 감정적으로 동화되기 어렵게 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관찰한 세계와 거리를 두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언어까지도 관찰할 기회를 갖게 한다.7)
설화적 공간과 괴기
김근의 시는 산문시적 특징과 함께 서사성을 함께 가진다. 즉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는 점이다. 그의 시에서 화자는 이야기꾼의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그 아야기는 설화이거나 유년 시절의 추억인 경우 또는 그로테스크한 설정인 경우가 많다.
그날 늙은 어미는 삼단 같은 머리칼을 질끈 동여묶고 뒤란으로 갔다 작고 붉은 열매들이 드글드글 달려 있는 늙은 어미의 뒤란에는 팔다리 없이 머리도 없이 항아리들이 살고 있었다. ....중략.... 어미는 항아리들의 뚜껑을 열었다. 곰삭은 몇백 년 시간들이 줄줄이 걸쭉하게 흘러넘쳤다 항아리 바깥으로 아기들이 쭉 말라붙은 목을 뽑아 올렸다 눈꺼풀은 굳고 구멍난 남은 코를 벌름거리며 입술도 없이 이만 달각거리고 귀도 찌부러져 눌러붙고 머리칼만 수십 발 자란 아기들. 아기들의 몸 없는 머리를 늙은 어미는 하나씩 뽑아들었다.(〈헤헤 헤헤헤헤〉중에서)
역겨울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정경을 연출하고 있는 시이다. 위의 시에서 늙은 어미가 항아리 뚜껑을 열고 머리 없는 아기들을 끄집어낸다는 이야기는 성과 출산에 대한 유아적 악몽의 극화라 할 수 있다. 생명의 탄생을 둘러 싼 신성한 관념은 여지없이 붕괴되고 모든 존재는 태초의 혼돈으로 퇴행하고 있다. “헤헤 헤헤헤헤”라는 제목과 본문 속에서 연이어 울려퍼지는 웃음소리는 인간이 잘아하는 이성이나 분별작용이 무용하다는 사실에 대한 확ㅇ니자 삶과 문명에 대한 조롱이라고 할 수 있다.8) 그리고 이러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의고적 어투가 결합되면서 그의 시는 어떤 “불온한 매력”으로 다가온다.9)
4. 주요 작품
『뱀소년의 외출』, 문학동네, 2005.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창비, 2008.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문학과지성사, 2014.
5. 수상 내역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
6. 번역된 작품
7. 참고 문헌
(1) 후주
1) 〈시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김근 시인〉, 《한국문학번역원 공식블로그 번역원 앞마당》, 2018.9.30.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tlk&logNo=221367970363&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directAccess=false
2) 박해현, 〈불편한 시 쓰는 동인 ‘불편’〉, 《조선일보(문화)》, 2007.4.2.
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07040200003#Redyho
3)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38964&cid=46634&categoryId=46634
4) 김근, 〈나의 기형도 생각〉, 《한겨레》, 2009.3.6.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42604.html
5) 〈시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김근 시인〉, 《한국문학번역원 공식블로그 번역원 앞마당》, 2018.9.30.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tlk&logNo=221367970363&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directAccess=false
6) 남진우, 〈세속과 열반의 만남〉, 《문학동네》13, 2006.
7) 송종원, 〈당신의 어둡고 환한 육체〉,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문학과지성사, 2014.
8) 남진우, 〈세속과 열반의 만남〉, 《문학동네》13, 2006.
9) 〈기괴한 이미지와 의고투 문체, 그 ‘불온한 매력’〉, 《한겨레》, 2014.8.3.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49608.html